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국회 표결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체포동의안 부결 여부와 상관 없이 이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가 자신을 둘러싼 여러 가지 의혹을 '검찰 리스크'로 정의하며 크게 반발하는 가운데 정면돌파를 통해 능력을 증명할지 관심이다.
국회는 27일 오후 본청에서 본회의를 열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표결한다. 앞서 검찰이 제출한 체포동의안은 윤석열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국회로 넘어왔고 지난 24일 본회의에서 보고를 마쳤다.
체포동의안 핵심 키를 쥔 쪽은 당연히 다수당인 민주당이다. 여소야대라는 정치 지형을 고려할 때 단순하게 의석수로만 예측해도 이번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지난 21일 의원총회를 열고 자율투표를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체포동의안 '부결'을 당론으로 삼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부결'에 대한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확인됐다.
당내에서는 검찰이 제출한 체포 영장의 내용이 부실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일부 비명계 의원들조차도 검찰의 체포영장 내용에 대해 결정적인 '꼭지'가 없다고 비판하는 상황이다. 체포동의 이유를 밝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다는 점도 체포동의안 부결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하는 근거 중 하나다.
민주당은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표단속에 나섰다. 이 대표 역시 의원들과의 접점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의원들에게 검찰의 영장을 반박하는 내용의 자료를 의원들과 지역위원장들, 취재진들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걱정은 오히려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다. 이 대표가 리스크를 그대로 안고 총선을 지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에서 이 대표에 대한 추가 조사와 기소, 재판 등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총선에 불리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에 대한 수사와 재판 등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은 채 지루한 싸움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이 원했던 그림이 '체포동의안 부결'이라는 분석이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다.
내년 총선은 이 대표 개인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이 대표가 인천계양을에 다시 출마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여소야대를 유지해 차기 대선 출마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것이 리더십을 증명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또 선거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을 재판과 수사 등 리스크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총선 승리가 동력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지도부와 친명계는 정면돌파에 대한 의지가 엿보인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민주당이 그동안 이런 리스크를 정면돌파해본 적이 없다. 아울러 검찰의 영장 내용이 별게 없어서 오히려 이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 역시 이른바 '검찰 리스크'를 직접 이겨내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국경을 넘어서 오랑캐가 불법 침략을 하면 열심히 싸워서 격퇴해야 한다. 오랑캐 침입 자체를 회피할 방법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없다”며 “부정한 목적에 의한 검찰권과 국가권력 남용을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검사독재 정권의 무도한 폭력적 지배가 일시적으로 성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관할하는 직원 중 일부가 오염돼 부정행위에 연루된 점은 내 부족함이고 책임져야 할 부분이지만 명백한 사실은 성남시의 이익을 최대한 확보했다는 것”이라며 “나는 (대장동이) 여전히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기창기자 mobyd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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