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적으로 금융 역할은 국가경제의 건전한 성장, 금융생활 편의와 안정성 도모,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포용성이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산업 경쟁과 혁신이 촉진돼야 한다.
금융위기 이후, 사람들이 핀테크에 관심을 가진 이유도 전통금융 탐욕에 대한 실증과 동시에, 시장의 신선한 혁신을 원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 금융 공공성이 논란이다. 금융은 그동안 독과점 지위를 누리면서, 위기때는 국민 세금인 공적자금의 혜택을 받기도 했다. 금융 자산 90% 이상이 고객의 예수탁금이란 사실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대 수익으로 과도한 성과급을 지급했다는 소식에 실망감을 감추기 어렵다.
금융은 정부 인허가(라이선스)가 필요한 대표적 산업이다. 리스크 관리만 철저히 하면 사업을 안정적으로 영위할 수 있다. 높은 진입장벽이라는 제도적인 안전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혁신을 통한 경쟁보다는 안주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금융시장 메기가 필요한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은 '제13차 비상경제민생안정회의'에서 은행 산업의 과점 폐해에 따른 실질적인 경쟁 시스템 마련을 지시했다. 시의적절한 문제의식이다. 금융당국은 후속 조치로 스몰라이선스와 챌린저뱅크 도입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챌린저뱅크는 대형은행의 시장 지배력에 도전하는 소규모 특화은행이다. 과거 영국은 로이즈, HSBC, 바클리, 스코틀랜드 왕립은행 등 4대 기관의 과점체제였다. 이에 당국은 혁신을 통한 경쟁 촉진을 위해 신규 진입을 대폭 완화했다. 현재 영국의 챌린저뱅크는 23개다.
흥미로운 것은 한 챌린저뱅크가 고객 대출을 거절하면 그 이유를 공시한다. 다른 은행은 거절 고객의 대출 가능성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대출을 실행한다. 고객은 대출받기가 수월해졌고, 은행은 고객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신용평가 개선 등 아이디어를 짜낸다. 자연스레 경쟁과 혁신 결과로 이어진다. 전통은행도 챌린저뱅크와의 경쟁 및 협업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결국 그 혜택은 금융소비자의 몫이다.
국내는 챌린저 뱅크와 유사한 세 곳의 인터넷 전문은행이 있다. 보수적인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중저신용자, 소상공인 등 금융 소외계층에 대한 혁신금융을 표방하고 탄생했다. 출범 초기에 전통금융은 경쟁을 의식하고 고객 편익을 고려한 디지털전환을 서둘렀다. 인터넷은행이 일종의 메기효과를 보여 준 것이다. 그러나 탄생 취지와는 달리 고신용자 대출 등 비판의 목소리도 불거졌다. 앞으로 논의될 챌린저 뱅크는 '기울어진 운동장' '빅테크 플랫폼의 우월적 지위 남용' 등 볼멘소리가 나오지 않고, 작더라도 신선한 아이디어와 기술로 금융시장의 경쟁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스몰라이선스는 인허가 단위를 세분화해 적은 자본금으로도 금융의 일부 업무를 가능케 해서 금융 진입 장벽을 낮추고 독과점 구조를 깨자는 취지다. 이로써 자본이 부족한 핀테크도 핵심 업무만 인가받아 사업 영위가 가능해진다. 특히 해외는 스몰라이선스로 시작해 유니콘으로 성장한 핀테크가 많다. 국내처럼 빅테크의 금융권 진출을 통한 문어발식 확장을 찾아보기 어렵다.
금융당국은 2021년 전자금융법에 스몰라이선스 도입을 검토한 전례가 있다. 마이페이먼트와 종합지급결제사업자 추진 등이 그것이다.
이 제도가 도입됐다면 금융소비자는 전통금융에 얽매이지 않고 조회·이체·결제의 편의성 등 더 좋은 혜택을 경험했을 것이다. 아쉽게도 기존 금융권의 이해 득실에 대한 조정 미흡으로 법 개정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금융공공성 문제로 떠오른 챌린저뱅크와 스몰라이선스에 대해 효익이 크지 않다는 일부 의견도 있다. 그러나 문제 해결의 관점은 국민과 금융소비자 눈높이다. 더 나은 금융생활을 원하는 소비자는 혁신과 경쟁을 통한 새로운 제도 도입에 기대감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런 면에서 금융당국에 세밀한 계획 수립과 신중한 이해 조정을 거치되 속도감을 올려 줄 것을 당부한다.
송민택 동국대 겸임교수 pascal@apthef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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