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을 주연료로 사용하는 산업단지 열병합사업자(이하 산단 열병합)들이 청정에너지 연료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산업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의 대다수를 차지하던 산업단지 중소 제조업 열공급 시장에도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다만 내년에 착공해도 준공까지 최소 5~6년이 소요되는 상황이어서 빠른 전환을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산단 열병합 업계에 따르면 석탄을 원료로 사용하는 사업자 중 약 5곳이 액화천연가스(LNG) 및 바이오매스를 주원료로 활용하기 위한 설비 개선에 긍정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산단 열병합은 다수 제조기업에 열 에너지를 일괄 공급하는 사업자다. 열로 스팀 터빈을 돌려 전력도 생산하고 설비에 인접한 중소기업에 열과 전기를 바로 공급해 에너지 효율이 높은 분산에너지로도 평가받는다.
다만 많은 사업자들이 아직 석탄을 연료로 사용해 기후위기 논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한국에너지공단 2021년도 통계에 따르면 산업부문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은 34만3991석유환산톤(toe)을 기록했고, 이 중 산업단지 온실가스 배출량은 26만8390toe(표본조사)로 78%에 달했다.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해야 하는 정부 차원에서도 산단 열병합은 난제다. 감축을 위해서는 석탄 사용을 줄여야 하지만, 이 경우 산업단지 중소기업과 국가 제조업 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때문에 산단 열병합의 연료전환은 '비용'과 '기후'라는 딜레마에서 해법을 마련하는 결단으로 평가할 수 있다.
산단 열병합 업계는 석탄에서 LNG로 연료를 변경할 경우 지금보다 40%의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나아가 열병합 시설의 온실가스 감축을 넘어 해당 산업단지에 있는 중소 제조업의 기후대응 능력 제고로도 이어진다. 글로벌 대기업들이 점차 RE100·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친환경 열과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한 포인트다. 산단 열병합 연료 전환이 중소 제조업의 친환경 투자와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연료 전환에 따른 비용 문제는 넘어야 할 산이다. LNG 설비 가격만도 수천억원, 여기에 기존 설비의 해체, 신규건설, 운영자금까지 더하면 사업자는 조 단위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천신만고 끝에 연료전환 설비가 들어오더라도 LNG 사용에 따른 중소 제조업의 열 요금 상승은 피할 수 없다. 현재 전력용 석탄과 LNG의 톤당 가격 차이만 해도 6배에 달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중소·중견 산단 열병합 사업자의 연료 전환에 최대 300억원을 지원하고, 내년에는 대기업군도 지원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지만, 여전히 지원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연료 전환을 위한 현실적인 지원액 산정이 필요하다. 일례로 독일은 2020년 탈석탄법을 통해 설비 가동 시기별로 적게는 KW당 5~50유로, 많게는 KW당 240에서 390유로 보상을 책정했고, 1GW급 설비 전환시 약 5000억원의 지원을 명시했다. 분산에너지로서 산단 열병합의 연료전환 효과를 크게 평가한 이유다.
산단 열병합 업계 관계자는 “연료전환은 막대한 투자비가 투입되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 여건상 자금 조달 어려움 등 사업자 입장에서 리스크가 큰 사업”이라며 “투자비와 연료비 부담이 열 수용가와 맞물려 있다는 업종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정부 지원이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표>독일 열병합 시설 연료전환 지원 정책
*독일 석탄발전의 감축·폐지 및 다른 법률 개정을 위한 법(탈석탄법, 2020년 8월)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