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은 기로에 서 있다. 헌정사상 가장 복합적인 위기와 처음으로 세계 강국의 꿈이 동시에 넘실거리는 역사의 분기점이다.
대내외 경제·안보 복합 위기, 심각한 저출산·고령화, 인구소멸, 지방소멸, 재난안전, 양극화, 일자리, 복지, 교육, 연금, 주거, 에너지, 환경, 기후변화 등 국가의 미래를 위해 해결해야만 하는 난제가 우리 앞에 산적해 있다. 하나같이 수십년 동안 어느 정권도 해결하지 못한 채 심화하는 국가적 위기다.
대한민국을 둘러싼 복합 위기를 극복하고 선진 강국이 되기 위한 필수불가결의 가치는 혁신과 개혁이다. 개혁은 인기가 없다. 기득권의 저항과 숱한 우여곡절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강조하듯 개혁은 인기 없는 일이지만 회피하지 않고 반드시 해내야 할 일이다.
위기를 개혁과 혁신으로 돌파한 나라가 강국으로 거듭난다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다. 이미 독일에서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가 정권의 명운을 걸고 개혁을 추진해 유럽의 병자이던 독일의 부흥을 끌어냈고,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과감한 노동 개혁으로 영국병을 치유한 바 있다.
복합위기가 고착화·심화하는 대한민국. 윤석열 정부 2년 차인 지금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도약하기 위해 용기를 내야만 하는 개혁과 혁신의 골든타임이다.
◇개혁 과제 산적…노동·교육·연금·저출산·재정
장기적으로 수많은 난제를 해결해야겠지만 윤석열 정부, 국민의힘이 먼저 주목하는 개혁과제는 노동이다. 지난해 한국 노동시장의 효율성 순위는 63개국 가운데 42위다. 멕시코·칠레보다 뒤졌다. 노사 협력 수준도 141개국 가운데 130위다. 이래서는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대체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원칙적 금지, 회계투명성 강화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제도화하는 한편 정규직·비정규직, 대기업·중소기업 간 이중구조 해소 등을 통해 소외된 근로자들의 처우 개선과 함께 노동시장 유연화 및 상생적 노사 협력 문화를 실현해 가야 한다.
교육 개혁도 절박한 과제다. 산학연정(産學硏政) 공조 생태계 구축과 대학혁신, 학제·교육과정 개편 등으로 초격차 인재를 기르기 위한 교육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교육감 러닝메이트제 도입으로 연 700억원의 막대한 정치교육감 선거비용을 절감하고, 학령인구 감소에 맞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개편해 대학과 평생교육에도 쓸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첨단 분야 교수진이나 연구 장비가 부족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다방면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연금 개혁도 시급하다. 국민연금은 2039년에 적자로 돌아서서 2055년에 고갈될 것으로 예정된다. 그런데도 역대 정부는 표심을 의식해 연금 개혁을 주저했다. 연금보험 요율을 단계적으로 높이고 수급 시기를 늦추는 등 용기 있는 결단과 개혁이 필요하다. 보장성 확대를 밀어붙여서 모럴해저드를 부추긴 문재인 케어로 2028년 고갈 위기에 몰린 건강보험의 개혁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저출산·고령화 시대, 저출산 정책 개혁은 위급한 지경이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이다. 부부 100쌍이 78명의 아이만 낳으니 국가소멸 위기라는 우려가 나온다. 육아·교육 환경 개선, 출산과 육아에 따른 불이익 해소, 일·가정 양립, 전향적인 이민 정책 도입 등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국가경제의 마지막 보루인 재정과 공공 부문의 건전성도 중요하다. 1990년대 말 국제통화기금(IMF) 환란을 초고속으로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국가부채비율이 11%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십조원의 공적 자금 운용이 가능했다. 그러나 2017년 660조원이던 우리 국가 부채는 지난 정권의 포퓰리즘 방만재정 정책으로 약 1070조원까지 증가했다. 지금이라도 비효율적 재정정책을 정비하고 공공 부문을 수술, 과감한 인력·조직 구조 조정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특히 낙하산 기관장들이 노조와 결탁해서 방만한 경영을 일삼는 행태는 사라져야만 한다.
◇규제 혁파해 성장 동력 재점화
과감히 규제를 혁파해 우리 기업이 글로벌 패권 전쟁에서 자유롭게 뛸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해외 경쟁사들과 대등한 경영 환경을 마련해 줘야 우리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늘리면서 신기술 개발에 나서고 수출 경쟁력도 되살릴 수 있다. 경쟁국처럼 기업에 날개를 달아 주지는 못할 망정 모래주머니와 규제 사슬을 채워서는 미래 성장 동력을 키울 수 없다.
자원 빈국인 우리는 과학기술 초격차로 무장해야만 글로벌이라는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및 전략산업 보호·육성은 생존 문제와 직결돼 있다. 반도체·AI·미래차·에너지·바이오 등 미래산업 분야에서 초격차 첨단 기술 확보 및 과학기술 고급 인재 양성을 정부가 전폭 지원해야 한다.
성장 동력 재점화로 경제 부국의 토대를 다져야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안보 강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 북한의 도발 위협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으려면 우리 정부가 압도적 군사력 확보와 실전 연습 반복으로 실질적 대응 능력을 기르면서 한·미 동맹을 공고히 해야 한다. 또 아무런 대책 없이 폐지·이관돼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대공수사권도 정상화해야 한다.
◇정치권 앞장서서 해결해야
이 모든 것을 앞장서서 풀어야 할 주체는 결국 정치권이다. 그렇기에 정치개혁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장기적으로는 국정운영 공동책임을 여야가 함께 질 수 있도록 하는 분권형·협치형 통치구조 국민개헌, 중단기적으로는 극심한 양당 대립 및 지역주의·진영정치 심화 등 부작용은 줄이고 민의를 더 잘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선거제 개편과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등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정치권의 특권 내려놓기 등을 추진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협치를 제도화하고 국민 신뢰를 회복, 진흙탕 정쟁의 늪에서 벗어나 진정 경제 살리기와 민생을 위해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여야 정치인들의 이해타산을 초월한 결단이 필수다.
정치는 위기 속에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게 가능하다는 걸 보여 줘야 한다. 국가 미래를 위해 이 시간을 분열·불통과 맞바꾸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선 안 된다. 국민을 위한 정치, 민생을 살리고 국익을 우선하는 정치는 대통령과 여당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거대 야당도 국정운영 파트너로서 대결적 자세를 넘어 협치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하고,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여당의 손을 잡아야 한다.
우리는 스스로 겨울을 이기고 봄을 일궈 왔다. 전쟁의 폐허를 수십년 만에 복구하고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국민이자 주인인 우리 아니런가. 남북분단의 아픔을 가슴에 묻고 피땀을 흘려 가며 국가 재건에 나서 세계가 경이롭게 바라보는 한강의 기적을 일궈 냈다. 이제 그 역량을 위기 극복에 또 한번 쏟아부어야 할 때다.
정부·여당은 우리에게 닥친 민생경제·안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녹록지 않은 겨울을 보내고 있는 국민 여러분도 정치가 진정 민생을 위하고 국민과 직결된 문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문제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양심과 소신에 따라 일할 수 있도록 애정 어린 질책과 격려를 해 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추운 겨울이 지나면 또다시 새 봄이 온다.
정우택 국회부의장 wtc0218@naver.com
〈필자〉정우택 국회부의장은 국민의힘 소속 충북 청주상당구 5선 국회의원이다.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수료했다. 제22회 행정고등고시 합격 후 경제기획원에서 13년 동안 경제관료로 일했으며, 미국 하와이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경제전문가다. 국회의원·해양수산부장관·충북지사를 지내는 등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국회 정무위원장·운영위원장, 새누리당 최고위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및 당대표권한대행, 국민의힘 전국위원회의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국회 경제외교자문위원장,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