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신약 투자 혹한비수기에도…“하반기 반전” 기대

1·2월 투자유치 기업·금액 최저
업계, 상반기 후 자금흐름 원활
전통 제약사·식품기업 투자 기대

바이오·신약 투자 혹한비수기에도…“하반기 반전” 기대

지난해부터 시작된 바이오·신약 투자 경색 분위기가 해를 넘겨 이어지고 있다.

1일 더브이씨에 따르면 올해 1~2월 투자를 유치한 바이오·신약 기업은 7개로 2020년 이후 같은 기간 최저를 기록했다.

투자 금액도 화장품 원료를 개발하는 솔루스바이오텍 매각 건을 제외하면 295억원으로 지난해 1841억원에 비해 크게 낮았다. 이 기간 가장 많은 투자를 유치한 기업은 항체 신약을 개발하는 상트네어바이오사이언스로, 이달 바이오노트로부터 총 210억원(시리즈B)의 자금을 유치했다.

바이오·신약기업 투자는 지난해부터 급격히 경색됐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바이오·의료 분야 투자 규모는 1조1058억원으로 2021년 대비 34.1%, 총 5712억원 감소했다.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업체 숫자 역시 2021년 21개사에 비해 반토막 수준인 10여개사에 그쳤다. 상장기업의 실적 감소와 경기침체에 기술특례상장 요건이 까다로워지며 직격탄을 맞았다.

최악의 상황이지만 업계는 조만간 흐름이 바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반기가 지나면 자금 흐름이 원활해질 것이란 기대감이다. 투자 감소로 말미암은 기업가치 하락이 오히려 분위기 반전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 기간 약진한 전통 제약사들이 바이오·신약의 새로운 투자자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전통 제약사들이 수 건의 바이오·신약 기업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고 사업 영역 확장도 가능, 경기가 좀 풀리면 딜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명했다.

실제로 유한양행, GC녹십자, 종근당,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 매출 상위권 제약사는 바이오·신약 개발을 강조하며 스타트업과 함께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범위를 넓히고 있다. 셀트리온 같은 기존 바이오 대기업 역시 최근 신약 플랫폼 기업 중심으로 양해각서(MOU), 공동 연구개발(R&D)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식품 대기업들도 바이오·신약 부문으로 손을 뻗치고 있다. 동원그룹 지주사 동원산업은 지난 2월 보령바이오파마 인수를 선언했다. 신사업으로 바이오 부문을 점찍은 것이다. 지난해 11월 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한 오리온도 올해부터 구강 제품을 시작으로 의약품 사업을 본격화하는 등 추가 투자를 기대할 만한 곳으로 꼽힌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여전히 저평가된 투자처를 찾고 있고, 바이오·신약 기업의 가치가 조정되며 벤처캐피털(VC)들도 다시 이 분야에 주목하는 상황”이라면서 “비수기를 이겨 낸 옥석들에 올 하반기 들어 후속·신규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