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빅테크 기업 기업결합(M&A) 신고 기준 재정립에 착수했다.
플랫폼 기업에 특화된 심사 기준 정립과 M&A 활성화 등 순기능을 하는 기업결합에 필요한 조치도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디지털 빅테크 관련 기업결합 신고기준 정비 방안 연구' 용역을 최근 발주했다. 빅테크 기업의 M&A 관련 신고 제도를 정비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다.
빅테크 기업은 다양한 분야에서 M&A를 하면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애플, 구글, 메타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의 M&A 건수는 2017년 49건에서 2021년 218건으로 증가했다. 한국에서도 카카오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은 M&A를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해 왔다.
이 같은 M&A는 성장동력 확보, 혁신적 서비스 창출의 원동력이 되지만 잠재적 경쟁자를 제거하거나 시장 진입장벽을 높이는 부작용으로도 작용한다.
특히 지난해 '카카오 먹통 사태' 등을 겪으면서 일각에서는 빅테크 기업이 문어발식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지만 공정위가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한국의 경우 기업결합 심사는 당사 회사의 매출액 또는 자산총액이 300억원 이상이거나 거래금액이 6000억원 이상인 때에만 해당된다.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을 인수할 때는 공정위에 신고하는 것만으로 기업결합을 마무리할 수 있다. 실제로 2017년 8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5년 동안 카카오가 기업결합을 신고한 62개 회사 가운데 85%는 간이심사로 기업결합이 승인됐다.
해외에서 빅테크 기업의 M&A 규제를 강화하는 점도 공정위가 개선에 나선 이유다.
유럽연합(EU)은 오는 5월부터 시행되는 디지털시장법(DMA)을 통해 '게이트키퍼'로 지정된 플랫폼은 다른 기업을 인수할 때 피인수 기업 규모와 관계 없이 신고를 의무화했다.
게이트키퍼로 지정되는 플랫폼은 △매출액 75억유로(한화 약 10조5000억원) 이상 또는 시가총액 750억유로 이상 △3개 이상 회원국에서 활동하는 기업 △월간 4500만명 이상의 소비자 및 연간 1만개 이상 사업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등이 해당된다.
공정위는 주요 빅테크 기업의 M&A 사례를 수집해 기업결합 목적과 유형, 성격, 경쟁제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는 형태를 분석하기로 했다. 결합으로 인해 빅테크 또는 피인수기업이 속한 시장의 진입장벽이 높아진 사례도 챙겨볼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결합 신고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지만 M&A 유인 약화, 스타트업 엑시트의 어려움 등 부작용도 있다”면서 “여러 장단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빅테크 기업에 M&A 신고 기준 정비가 필요한지, 필요한 경우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
신고 기준 강화 필요성 검토…연구용역 발주
-
최다현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