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한국을 반도체 기술 연구개발(R&D) 전진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핵심 기술 인력을 중국 현지로 스카우트하던 과거와 달리 합법적으로 한국에 회사를 설립하고 한국 기술 인력을 채용하는 방식이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일대에만 중국계 반도체 회사가 최소 3개사다.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구동칩(DDI)에 집중하고 있다. OLED DDI는 우리나라 국가핵심기술로, 세계 시장점유율이 80%에 이른다. 중국이 국내 기술자를 통해 우리나라의 첨단 OLED DDI 기술을 확보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
그러나 중국 반도체 기업의 행보에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 OLED DDI 기술의 유출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외국 기업의 국내 법인 설립, 인력 채용, 기술 인력의 직업 선택 자유 등 모든 게 합법이다. 특히 고용 행태 변화라는 세태를 감안하면 기술 인력의 이동 제한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국가핵심기술이 경제를 넘어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국가핵심기술과 기술 인력의 유출 방치는 중국 등 기술 후발국의 추격을 방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나라 기술의 비교우위 지위 상실은 경쟁력 격차 축소로, 궁극적으로 국가 전체 손실로 전가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세계 각국은 기술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핵심 기술 주도권 확보·독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술을 경제뿐만 아니라 안보 차원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차제에 우리나라도 국가핵심기술과 기술 인력 보호를 위한 획기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기업을 넘어 국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술 패권 경쟁 시대를 맞아 경제와 안보 부문 핵심으로 떠오른 국가핵심기술의 보호는 아무리 강조해도 절대 지나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