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올해 외형 성장을 위한 투자를 지속한다. 롯데·신세계 등 전통 유통강자와 국내 유통 시장 쟁탈전도 본격화됐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1일(한국시간)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국내 전체 유통 시장에서 쿠팡 점유율은 아직 한 자릿수대에 불과하다”며 사상 최대 실적에도 안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유통시장은 602조원(4660억달러) 규모로 집계됐다. 지난해 사상 최대 연매출 26조5917억원(205억8261만달러)을 거둔 쿠팡이지만 온·오프라인 전체 유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4%에 불과하다. 2026년까지 시장 규모가 718조원(5470억달러)으로 커질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성장 여력이 크다는 분석이다.
김 의장은 “유통 시장의 대부분은 여전히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며 가격이 높고 상품도 제한적”이라며 “고객에게 더 다양한 상품군과 낮은 가격, '와우'할 수 있는 차별화 서비스를 제공하면 수년간 높은 성장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순 e커머스 기업을 넘어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전체 유통시장에서 경쟁하겠다는 의지다.
쿠팡이 성장성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보인 배경에는 공고해진 쿠팡 생태계가 있다. 지난해 쿠팡 유료멤버십 회원 수는 전년보다 200만명 늘어난 1100만명이다. 출시 4년만에 1000만명을 넘어섰다. 이들의 구매 금액은 일반 회원보다 150% 많다. 거시 경제 압력에도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한 것도 멤버십 기반 충성고객 덕분이다.
김 의장은 “서비스와 가격, 상품 중에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는 버려야하는 트레이드오프(양자택일) 구조를 깨고 3가지 요인을 모두 충족한 결과”라며 “2018년 첫 해와 비교해 5년차 고객 구매 금액이 4배 이상 늘어난 것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쿠팡에서 한 번이라도 제품을 구매한 활성고객은 1811만5000명, 1인당 매출은 40만원(294달러)에 달한다.
쿠팡은 4분기 활성 고객의 3분의 1만이 로켓프레시 고객인 만큼 핵심 사업인 로켓배송과 새벽배송에서도 성장성이 충분하다고 피력했다. 쿠팡 20개 카테고리 가운데 9개 이상 카테고리에서 구매한 소비자는 20%에 불과해 상품군 확대 역시 초기 단계다.
쿠팡은 향후 3년간 100조원 넘게 성장이 예상되는 국내 유통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롯데·신세계와 경쟁을 본격화한다. 합산 매출 기준 신세계와 쿠팡, 롯데 순으로 시장 점유율을 형성하고 있다. 쿠팡은 자동화 기술 기반 풀필먼트와 신사업 영역 확대를 위한 투자를 지속한다. 쿠팡은 지난해 쿠팡플레이, 쿠팡페이와 해외사업 등 신규 사업에 2650억원(2억달러)를 투자했다. 신사업 부문 매출은 전년보다 25% 늘어난 8113억원(6억2802만달러), 조정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손실은 42% 줄이며 수익성 개선을 이뤘다.
거라브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장기적으로 더 많은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초기 단계 사업에 투자 중”이라며 “신사업 부문 손실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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