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2개 분기 연속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매출도 사상 최대다. e커머스 시장 주도권을 쥔 쿠팡은 올해 본격적 흑자 경영 시대를 연다. 국내 유통 시장 내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투자도 지속한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1133억원(8340만달러)으로 3분기 1037억원에 이어 분기 연속 1000억원대 흑자를 기록했다.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21% 증가한 7조2404억원(53억2677만달러)이다. 당기순이익은 1387억원(1억206만달러)이다.
하반기 흑자 행진과 매출 성장에 힘입어 연간 실적 역시 사상 최대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26% 늘어난 26조5917억원(205억8261만달러)으로 1년 만에 신기록을 다시 썼다. 연간 흑자 달성도 가시화됐다. 지난해 쿠팡 영업손실은 1447억원(1억1201만달러)으로 직전해 1조7097억원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쿠팡이 외형과 내실을 모두 챙길 수 있던 것은 자동화 기술 투자와 공급망 최적화로 운영 효율을 대폭 개선한 덕분이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자동화가 이뤄진 풀필먼트센터의 효율성이 다른 센터와 비교해 두 배 높았다”면서 “수년간 지속한 투자와 혁신의 결과”라고 말했다.
기술 고도화를 통한 물류 네트워크 효율 증대와 함께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마진율 개선도 실적 원동력이 됐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총이익은 전년 대비 60% 증가한 6조849억원(47억987만달러)이다. 마진율은 2018년 5%에서 지난해 23%까지 치솟았다.
쿠팡은 올해 연간 흑자에 도전한다. 지난해 조정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기준으로는 이미 4925억원(3억8121만달러) 흑자를 거뒀다. 회사 측은 “영업 활동만으로 번 실제 사업의 순수 현금흐름을 보는 지표인 만큼 올해 흑자 달성 청신호”라고 설명했다. 쿠팡은 장기적 조정 EBITDA 마진율을 10%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누적 잉여현금흐름도 플러스 전환한다는 목표다.
올해 외형 성장을 위한 투자도 지속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유통시장은 602조원(4660억달러) 규모로 쿠팡 매출 비중은 4.4% 수준이다. 2026년까지 시장 규모가 718조원(5470억달러)으로 커질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다.
쿠팡이 성장성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보인 배경에는 공고해진 쿠팡 생태계가 있다. 지난해 쿠팡 유료멤버십 회원 수는 전년보다 200만명 늘어난 1100만명이다. 쿠팡에서 한 번이라도 제품을 구매한 활성고객은 1811만명에 달한다.
김 의장은 “이번 실적 성과는 프로덕트 커머스(로켓배송·프레시·마켓플레이스) 부문에서 플라이휠의 강점을 반영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프라인 중심의 국내 유통 시장에서 쿠팡 점유율은 아직 한 자릿수대에 불과해 차별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면 수년간 높은 성장률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