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유럽 통신사업자가 함께 망 이용대가와 관련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발전시켜나갔으면 합니다.”
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23 현장에서 전자신문이 개최한 '바르셀로나 포럼'에 참가한 리사 퍼(Lise Fur) 유럽통신사업자연합회(ETNO) 사무총장은 “ETNO가 (망 투자에 대한 공정한 기여 측면에서) 한국 사업자에게 배울 점이 많을 것”이라며 “마찬가지로 유럽 사업자도 모범 사례를 한국과 공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 통신사업자를 대표하는 인물이 직접 국내 정책 입안자 및 전문가들과 함께 망 이용대가 논의에 참여한 것은 처음이다. 한국과 유럽연합이 공정한 인터넷 시장이라는 같은 목적을 두고 있는 만큼 향후 논의 발전에 있어 의미가 깊다.
퍼 사무총장은 망 투자에 대한 공정한 기여 문제가 통신사가 글로벌 빅테크에 맞서 싸우고자 하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퍼 사무총장은 “이 문제는 개방형 인터넷을 관리하는 방법과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에 충분히 투자하는 방식에 관한 것”이라며 “우리 모두는 네트워크에 투자하는 사업자와 이를 통해 돈을 버는 사업자 사이의 균형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빅테크가 망 인프라 투자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경우 결국 인터넷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퍼 사무총장은 “현재 상황이 지속되면 2030년에는 거의 4500만명 유럽인이 기가비트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유럽 통신 사업자가 최근 몇 년간 최고 수준인 연간 560억유로(약 78조2583억원)라는 기록적인 금액을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퍼 사무총장은 다만 이 같은 망 공정한 기여의 대한 책임이 글로벌 빅테크를 향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퍼 사무총장은 “우리는 지역 방송사, 지역 클라우드 공급자 및 CDN 또는 콘텐츠 제작자에 대해 걱정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전체 인터넷 트래픽의 약 50%를 차지하는 소수 빅테크에 대해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이 글로벌 빅테크가 네트워크 투자에 무관심한 상황에서도 한국의 통신사업자들이 잘 대처해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퍼 사무총장은 “한국 국민은 넓은 5G 커버리지와 고성능 고정 네트워크를 자랑스러워 할 것”이라며 “이런 점에서 한국 사업자는 유럽보다 훨씬 잘하고 있고, 우리 사업자들이 배워야 할 측면은 있다”고 말했다.
퍼 사무총장은 망 투자에 대한 공정한 기여에 관해 한국과 유럽이 의견을 공유하면서도 각 국가에 적합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퍼 사무총장은 “한국과, 유럽, 영국, 미국 모두 서로 다른 시장 구조와 상황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책 또는 입법 솔루션은 현지 상황에 맞게 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퍼 사무총장은 EU집행부와 함께 관련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우리는 포괄적인 5G 및 광섬유 네트워크를 통해 4억 5000만명 모든 유럽인을 위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MWC특별취재팀:바르셀로나(스페인)=김원석부국장(팀장), 박지성·정예린기자, 사진=이동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