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충격은 수년 전 알파고 충격에 비할 바 아니다. 컴퓨터공학 전공 교수인 필자에게는 '학생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슈다. 올해 연구년인 필자에게 1년 안에 해결의 끄트머리라도 찾아야 할 과제가 생긴 셈이다. 그런데 신임 총장으로부터 학장으로 임명받아 연구년을 미룰 수밖에 없게 된 필자가 며칠 전 우리 대학의 AI융합대학 신입생을 마주했을 때 이것이 나에게 현실적 과제가 됐다.
동국대 인공지능 전문가 김지희 교수께 '인공지능시대의 인공지능 교육'에 대한 고견을 구한 바 있다. 그는 '빠른 인공지능 기술의 변화에 따른 적응력 및 창의력 배양' '윤리교육' '인공지능을 사용한 맞춤형 개인화 교육'을 강조했다. 필자는 김 교수의 의견 가운데 '기술의 변화에 따른 적응력을 길러야 함'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적응'이라는 것을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 우선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고, '사태'가 발생하기까지의 과거에 대한 이해로부터 사태 이후 가능한 미래에 대한 예측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전제돼야 한다. 그런데 이 전제가 되는 능력조차 배양하기에는 최신의 교과서, 첨단 강의실, 교수가 부과하는 과제 등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를테면 지금과 같은 교육체계에서 지금과 같은, 아니 신간이라도 교과서로 지금과 같은 환경과 방식으로는 4~6년 후 산업현장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학생에게 '챗GPT가 초래한 사태에 대한 적응력'은 고사하고 필요조건이 되는 '챗GPT가 등장하기까지 축적된 기존 기술에 대한 이해'와 '챗GPT가 가져다줄 미래사회에서 스스로 생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미래 리더로서 성장해야 하는 학생에게는 다양한 현장 문제를 확인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경험을 통해 실전적인 능력을 기르는 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선 기업은 당면한 문제를 제기하고, 첨단기술·경험·개발환경 등을 대학과 공유하면 좋겠다. 대학은 기업과 현장 문제 및 이를 해결하는 과정 교육으로 실전적 인재를 양성하며, 대학은 연구역량을 발휘해 첨단 기술을 개발하고 공유함으로써 상생관계를 확립할 수 있다. 공공기관은 자신들이 보유한 데이터와 정책을 기업·대학과 공유해야 한다. 데이터 기반 정책을 국민 상대로 시행할 때 기업·대학이 결합된 역량이 더해진다면 그로 말미암은 성과는 모든 국민에게 돌아간다.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하면 화룡점정이다.
공공기관이 수행하고 있는 연구, 정책 등의 최종 대상은 전 국민, 곧 지역사회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발전과 복지, 안녕과 건강, 풍요로움, 미래에 대한 확신 등이 모두 지자체의 몫이면서도 결코 독자적으로 해결하기에는 벅차지 않은가?
지역사회의 당면한 문제를 밝히는 한편 지역의 물리적·논리적 공간을 기술 개발 대상, 교육·연구 현장, 정책 시행 현장으로 활용하면 좋겠다. 이런 방식으로 기업·대학·공공기관·지자체가 모두 힘을 합친다면 바로 '공공선'이라는 것이 실현되며, 이는 모든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실현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된다.
교수인 필자가 대학에 말하고 싶다. 절체절명의 위기라고 절규하는 대학이 생존을 넘어 발전을 도모하려면 이러한 공동체를 대학이 속한 '인재양성 생태계'로 인식해야 한다. 이 생태계와 공생함으로써 대학의 본질인 명명덕(明明德), 신민(新民) 또는 친민(親民)을 통한 지어지선(止於至善)을 회복해야 한다. 말 그대로 “'극히 탁월한 상태(至善)'에(於) '다다르고 지속적으로 머물(止)'고 싶다면 말이다. 대학은 한 국가의 존립과 발전에 너무나 소중한 공공재이기 때문이다.
이강우 동국대 AI융합대학장 klee@dongguk.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