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움직임에 따라 가상공간에서 겨루기를 하는 '버추얼 태권도'가 올림픽 e스포츠 시리즈 2023 종목으로 채택됐다. 지난해 실제 겨루기에 게임화 기술을 접목한 '옥타곤 다이아몬드 게임'에 이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국기(國技)의 영역 확장 성과다. 이번 대회의 유일한 격투 종목으로,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2일 세계태권도연맹에 따르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오는 6월 싱가포르에서 결승전이 열리는 올림픽 e스포츠 시리즈 2023 관련 9개 종목과 세부 사항을 발표했다.
올림픽 e스포츠 시리즈는 IOC가 국제경기연맹(IFs), 게임 제작·배급사와 함께 만든 글로벌 버추얼(가상) 및 시뮬레이션 스포츠 대회다. 도쿄올림픽 2020을 앞두고 2021년에 첫 대회가 열렸다. 요트, 사이클, 조정, 모터스포츠, 야구로 구성된 당시 대회에는 100여개국 25만여명이 참가했다.
올해 선정된 경기 종목은 태권도를 비롯해 양궁, 야구, 체스, 사이클, 댄스, 요트, 모터스포츠, 테니스 등이다. 야구는 일본 고나미가 개발한 'e베이스볼 파워풀 프로 베이스볼 2020'으로 경기가 치러진다. 모터스포츠 경기는 소니 플레이스테이션4·5를 기반으로 '그란투리스모'로 진행된다. 댄스는 닌텐도 스위치 플랫폼의 '저스트댄스', 사이클은 실내 자전거 페달에 센서를 부착하는 방식의 '즈위프트'가 활용된다.
태권도는 세계태권도연맹이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게임사 리프랙트와 손잡고 개발한 가상 태권도 겨루기 시스템 '버추얼 태권도'가 도입됐다. 대중적인 게이밍 플랫폼을 활용한 여타 종목과 달리 전용 경기장과 장비가 필요하다. 팔과 다리에 센서를 부착하고 발차기를 하면 동작을 인식해 가상공간의 캐릭터로 겨루기를 하는 방식이다.
연맹에서 선발한 올림픽 태권도 전설 8명(남 4명, 여 4명)과 젊은 선수 8명(남 4명, 여 4명) 등을 싱가포르로 초청, 시범경기 형태로 진행된다. 경기 장면은 올림픽 디지털과 소셜 미디어 채널에서 생중계한다. 이후 올림픽에 정식으로 e스포츠 버추얼 태권도가 포함되면 국가·지역별 선발전 등 세부 사항을 수립해 나갈 예정이다.
IOC는 버추얼 태권도를 올림픽 e스포츠 시리즈 2023의 하이라이트 종목으로 소개했다. 세계태권도연맹도 모든 신체 능력이 있는 사람이 일대일 비접촉 겨루기에 참여할 수 있는 공평한 경기장을 만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는 “태권도를 발전시키기 위해 항상 최신 기술을 수용해 왔다”면서 “포용성과 평등에 대한 우리의 약속과 일치하는 버추얼 태권도는 모든 연령대·성별과 능력을 갖춘 사람이 신체 활동 제약을 받지 않고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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