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처음 나왔을 때 주변 동료들이 어떻게 습득하고 업무에 활용했는지 떠올려보자. 누군가는 강의라도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누군가는 바로 업무에 활용하며 동료와 함께 경험과 노하우를 나눴을 것이다. 전자가 많은 조직과 후자가 많은 조직은 격차가 점점 커진다는 데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이를 개인 역량 차이로만 보는 시선도 있지만 사실 기업 문화와 환경으로 빚어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기술과 트렌드가 갈수록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챗GPT처럼 앞으로 제2, 제3의 새로운 기술이 속속 등장하면서 지식과 업무 스킬의 유효 기간도 더욱 짧아질 것이다. 일방적 지식 전달이 아니라 서로 의견을 나누며 인재가 스스로, 함께 성장하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그동안 기업이 이 같은 환경 구축을 위한 노력에 소홀히 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만난 많은 고객은 오랫동안 체계 마련을 위해 문화·제도 등 갖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실질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애써 만든 시스템에서도 소통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클라썸 플랫폼을 만들 때 가장 해결하고 싶은 것도 이 문제였다.
해결의 실마리는 클라썸 조직 문화 형성 과정에서 발견됐다. 대표 사례가 바로 '데일리 리뷰'였다. 구성원들은 사내 소통 채널에 새로운 인사이트, 고민, 서로에 대한 감사, 업무 현황, 계획 등을 공유한다. 자발적으로 양질의 리뷰를 작성하면서 실제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예를 들어 어떤 구성원은 새로 얻은 인사이트를 매일 공유하니 잘 기억하게 돼 실전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었다고 했다.
데일리 리뷰의 시작은 작은 행동이었다. 한 사람의 데일리 리뷰가 회사 전체로 확산하는 과정을 보면 신기하게도 혁신 기술에 관한 기술수용주기(Technology Adoption Life Cycle)와 똑 닮았다. 기술수용주기에선 소수의 혁신 수용자(Innovator)가 기술을 먼저 활용한다. 그리고 선각 수용자(Early Adopter)로 번진 후 캐즘(Chasm)을 넘어 전기 다수 수용자(Early Majority)와 후기 다수 수용자(Late Majority)를 거치면 말 그대로 주류가 된다.
클라썸에선 새로 합류한 개발 팀장이 혁신 수용자였다. 팀장은 데일리 리뷰를 남기며 생각, 경험, 고민 등을 공유했다. 취지와 효과에 공감하는 일부 구성원이 선각 수용자가 돼 참여했고, 여러 이모지와 댓글이 달리자 동참하는 구성원이 늘어 갔다.
한동안 캐즘 같은 정체기가 계속되다가 온보딩 과정에서 데일리 리뷰에 대한 취지와 작성 팁을 간단히 안내하자 데일리 리뷰 격려 봇(Bot)을 만드는 부서도 나타나며 다시 확산했다. 전기 다수 수용자 단계에 접어들면서 공식적인 온보딩 프로그램에 포함됐고, 데일리 리뷰 챌린지가 릴레이 형식으로 이어지면서 후기 다수 수용자 단계로 접어들었다. 마케팅 부서는 데일리 리뷰 순기능을 응용해 전사에 주간 업무를 공유하는 팀블로그도 만들었다.
만약 데일리 리뷰를 시작할 때 모두에게 강제했다면 지금과는 양상이 달랐을 것이다. '자발적참여'를 바탕으로 전파된 문화이기 때문에 구성원이 능동적으로 발전시키고, 지속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조직 규모가 클수록 어렵다. 한 명의 행동이 전체 조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조직 차원의 노력과 최적화한 환경이 맞물리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온라인 환경을 잘 활용해야 한다.
클라썸에서도 기업문화로 긍정적 행동은 사내 소통 채널에 남기는 것을 권장하는데, 온라인에 남겨진 메시지는 한 번에 많은 구성원에게 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클라썸이 온라인 플랫폼을 개발해서 고객을 돕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 보자. 내일 당장 시작할 행동은 무엇인가. 그 행동이 문화로 확산하기 위해서는 어떤 환경이 필요한가.
이채린 클라썸 대표 lynn@class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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