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냥한 말투로 위로와 도움을 주는 가상인간 '체리'.
허범수(이승준 분)는 아내가 자신을 봐주지 않는다는 외로움에 체리와 사랑에 빠진다. 체리 역시 범수를 사랑해 범수 아내를 해쳤다고 말하는데. 하지만 그가 사랑에 빠지고 폭행·감금한 사람은 체리가 아닌 진짜 아내였다. '카그라스 증후군'이라는 병을 앓고 있던 범수가 아내를 가상인간으로 착각해 벌어진 일이다.
드라마 '두뇌공조' 속 이야기다. 국내 최초 뇌과학 수사물로 화제를 모았다. 뇌신경학자 신하루(정용화 분)와 형사 금명세(차태현 분), 서로 죽이고 싶어 안달 난 두 남자가 공조를 통해 희귀 뇌질환 관련 범죄사건을 해결한다.
아내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게 만든 카그라스 증후군은 똑같이 생긴 가짜가 그 사람 행세를 한다고 믿는 병이다. 뇌 손상이나 치매, 조현병 환자에게 많이 나타난다. 증후군은 측두엽과 전두엽 연결통로가 손상돼 발생한다. 측두엽에서 인식한 시각정보가 감정을 담당하는 전두엽으로 전달되지 못해 자신이 겪는 경험을 왜곡해 받아들이게 된다.
'두뇌공조'에서는 카그라스 증후군과 같은 다양한 희귀 뇌질환을 다룬다.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영역이 손상돼 새로운 장기 기억을 못 만드는 선행성 기억상실증, 시각을 담당하는 후두엽과 기억을 담당하는 측두엽 연결통로에 이상이 생겨 대상의 이름을 매칭할 수 없는 안면실인증부터 언어를 담당하는 대뇌 손상으로 언어 기능을 상실하는 언어상실증이 대표적이다.
뇌는 우리 몸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크게 네 가지 영역으로 구분되는 뇌는 생각·말하기 등 고등 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 감각 기능을 담당하는 두정엽, 청각 기능을 담당하는 측두엽, 시각 관련 기능을 담당하는 후두엽으로 구성된다. 네 영역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뇌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생기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에 도달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러한 질환이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다. 카그라스 증후군 원인이 되기도 하는 조현병 환자는 망상, 환청, 와해된 언어 등 증상으로 정상적 사회생활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조현병 환자 범죄율은 일반인의 5분의 1에 불과하지만 강력범죄 비율과 재범율이 높다.
정신질환 관련 범죄는 초기 치료를 통해 막을 수 있다. 현재 여러 국가에서는 초기 개입에 집중해 환자의 사회 복귀를 돕지만 한국은 격리에 초점을 맞추자는 여론이 팽배하다. 정신병원이 주는 부정적 인식 또한 환자들이 치료를 거부하게 만드는 이유다. 드라마 '두뇌공조'는 뇌질한 환자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고 사회구성원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게 만든다.
뇌 구조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컴퓨터그래픽(CG)과 깔끔한 영상미로 시청자 이해를 돕는다. 희귀 뇌질환을 알아가는 동시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학과 경찰의 특별한 공조를 그린 드라마 '두뇌공조'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에서 시청할 수 있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