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이 쏘아 올린 인공위성이 대기권 바깥에서 우주를 관측하는 허블 망원경의 시야를 방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허블 망원경이 지구로 전송하는 사진 중에 다른 인공위성이 발산하는 빛이나 궤적이 잡혀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가 늘고 있다.
허블 망원경의 시야를 가리는 주범으로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위성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가 지목된다. 스타링크는 고도 540~570km 사이 서로 다른 네 가지 궤도에 위성 수천 개를 촘촘하게 배치해 구축하는 네트워크다.
문제는 스타링크 위성 궤도가 허블 망원경보다 16km가량 높다는 것이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어스트로노미'(Nature Astronomy)에 게재된 유럽우주국(ESA) 소속 천문학자인 마크 매커프린 박사 등의 논문에 따르면 지난 2020년까지 허블 망원경이 보낸 사진 중 다른 인공위성이 찍힌 비율은 3.7%였지만, 2021년에는 5.9%로 늘었다.
특히 스페이스X가 꾸준하게 위성을 발사하고 있어 현재 시점에서 보면 허블 망원경의 시야를 가리는 상황이 더욱 증가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 위성을 장기적으로 4만여 개 쏘아 올려 지구 전역에 초고속 인터넷망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연구팀이 허블 망원경의 사진을 분석한 2021년 당시에는 1562개를 배치했으며, 현재도 꾸준하게 위성을 발사하고 있다.
다만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인공위성의 흔적이 잡힌 사진도 기존 데이터를 이용해 보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직은 인공위성에 시야가 가려도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스페이스X 이외에도 아마존을 비롯해 중국 기업 등이 대규모로 위성 발사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제전기통신연합(ITU)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발사 계획이 신고된 인공위성은 43만1713개에 달한다.
연구팀은 10만 개의 인공위성이 추가로 발사될 경우 허블 망원경이 찍는 사진의 50%에 인공위성의 흔적이 잡힐 것이라고 분석했다.
매커프린 박사는 "물리적인 수명을 고려한다면 허블 망원경을 향후 10~20년 더 사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인공위성의 시야 방해 때문에) 어느 순간이 되면 사용을 포기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양민하 기자 (mh.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