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문제는 대한민국 미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위기 요인이다. 위기는 거의 모든 국토를 아우르지만 특히 지방의 추세가 가파른 것이 문제다. 급기야 '지방소멸'은 현실로 다가왔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소멸이 아닌 회생을 위한 정책에 사활을 걸고 있는 배경이다. 지방회생의 해답은 산업에서 찾아야 한다. 튼튼한 산업 기반이 사람을 모이게 하고, 지역을 회생시키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전자신문은 산업 활성화를 위한 지자체의 진로를 탐색하는 '지방회생, 산업이 답이다' 특별기획을 마련했다. 지방을 위한 '영업사업'으로 뛰고 있는 지자체장들의 생생한 목소리와 정책으로 회생의 길을 모색한다.
'강원특별자치도'
강원도는 오는 6월 '특별자치도'로의 변화를 앞두고 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머릿속도 온통 '기승전특별자치도'였다. 김 지사는 강원특별자치도가 강원도 발전을 위한 가장 큰 변곡점이라고 설명했다. 김 지사는 강원특별자치도에 대해 “특별자치도가 된다고 해서 혜택을 더 달라는 게 아니다. 스스로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게 해달라는 것”이라며 “특별자치도로서의 자유를 누리며 책임까지 지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현재 김 지사는 과거 국회의원 시절 의정 경험을 살려 강원특별자치도법 개정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정치는 룰(Rule)을 만드는 것이고 행정은 예산을 배분하는 것”이라면서도 “행정만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특별자치법을 위한 룰도 만드느라 바쁘게 지낸다”는 김 지사를 만났다.
-강원도지사가 된 지 8개월여가 지났다. 그동안의 성과는 무엇이며 가장 아쉬웠던 점은 무엇인가.
▲먼저 성과라고 하기보다는 강원도 내 공유대학 신입생 환영회 참석 등 요즘 청년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자주 가졌다. 최근 들어 가장 좋은 경험과 추억을 쌓았다고 생각한다. 성과라면 강원도민의 성원과 공직자들의 노력에 힘입어 강원도가 '국비 8조 시대'를 연 지 단 1년 만에 '국비 9조 시대'를 여는 쾌거를 이뤘다는 점이다.
취임 이후 4대 도정혁신도 세웠다. △일하는 조직으로 변신시키기 위한 조직·인사 혁신 △긴축재정과 채무감축을 위한 재정 혁신 △기업이 찾아오는 자유의 땅 강원도를 만들기 위한 규제혁신 △현장 중심 소통행정을 위한 소통 혁신 등이 내용이다.
빚을 갚은 것도 큰 성과다. 부채를 갚겠다고 선언한 뒤 취임 6개월 만에 3000억원을 갚았다. 4년 임기 내 빚의 60퍼센트를 갚겠다고 했는데 목표량의 절반을 갚았으니 앞으로 1년에 1000억씩만 갚으면 목표달성을 할 수 있다. 돈을 아끼기 위해 긴축을 선언하고 이곳저곳 예산을 삭감하다 보니, 원성도 많이 들었지만 해낸 뒤에는 다들 잘했다고 한다.
다만 작년 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 계획 발표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아쉬운 마음이 있다. 회생신청 계획 발표는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빚을 갚기 위한 것이었다. '빚을 갚지 않겠다'고 한 적이 없는데 '빚을 갚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인정하라고 협박하더라.
채권 시장과 부동산 시장이 아무 문제 없다가 마치 레고랜드 하나 때문에 무너졌다는 것은 '과도한 선동'이다. 다리를 건너다가 어떤 사람이 재채기를 했는데 다리가 무너졌다면, 재채기한 사람 잘못인가, 부실공사가 원인인가.
어찌 되었든 지난해 2050억원 채무는 다 갚았다. 동부건설에 기반시설 공사비 135억원도 모두 납부했다. 현재는 강원중도개발공사(GJC) 경영진을 교체해 김준우 신임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경영정상화에 노력하고 있다.
지금도 하중도 섬의 레고랜드 바깥 부지는 허허벌판으로 남아 있어 많은 강원도민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레고랜드는 레고랜드이고, 레고랜드 바깥 하중도를 매력적인 관광자원으로 만드는 '하중도 관광지 조성사업'을 차근차근 추진해 나갈 것이다.
올해는 더 많은 성과를 보여드리고자 한다. 강원특별자치도의 성공적 출범, 국비 9조 시대, 반도체 교육센터 등 도청 직원들도, 저도 더욱 자신감 있게 성과를 낼 것이다.
-2023년도에 중점적으로 추진할 정책은 무엇인가.
▲가장 큰 우선순위는 단연 특별자치도다. 오는 6월 11일 빈껍데기 상태로 특별자치도가 출범해선 안 된다. 오는 4월 국회에서 반드시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하반기에도 못다 입법한 내용을 끊임없이 보완해 나가야 할 예정이다. 물론 시행령, 조례도 잘 만들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강원특별자치도법을 통한 과감한 규제혁신으로 강원도를 미래산업 글로벌도시로 만들기 위한 기틀을 마련하겠다.
미래산업 육성과 SOC 구축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 우선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첫걸음으로 '반도체 인재 1만 양성'을 위한 '반도체 교육센터'와 '반도체 공유대학'이 출범했다. 미래전략산업인 춘천 데이터산업, 원주 디지털헬스케어, 강릉 지능형 교통시스템(ITS) 구축, 횡성 e-모빌리티, 동해 삼척 수소에너지 등 육성에도 나설 것이다
아울러 GTX-B 춘천 연장, 서면대교, 동서고속도로 영월~삼척 구간, 포천~철원 고속도로, 용문~홍천 철도 등 SOC 예산도 많이 확보했다.
노마스크시대 경제 활성화도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마스크 안 써도 된다'는 방침 하에 본격적인 경제활성화 캠페인 추진할 계획이다. 노마스크를 기회로 삼아 경제 분위기를 띄우고, 소비와 관광도 활성하겠다는 의미다. 단순히 '보고 가는' 관광이 아니라, '체험하는 관광'을 통해 주중과 주말의 체류 인구를 늘려서 실질적인 생활인구 200만 시대를 만들어갈 것이다.
자립과 기회를 위한 따뜻한 복지 정책도 추진한다. 소상공인을 위해서 경영안정자금(97억원), 소상공인 난방비 3개월 납부 유예 및 무이자 융자 등을 마련했다. 농어민에게는 반값 농자재 지원 사업(86억원), 농어업용 유류비 지원 등의 정책을 추진한다. 육아·노인 관련 정책으로는 육아기본수당(만 8세까지 1309억원), 참전·보훈 명예 수당 지원 2배 확대(100억원) 등이 있다. 청년 정책도 있다. 대학생 등록금 무이자대출 지원, 청년디딤돌 2배 적금(12억원), 도내 대학생 장학금 지원 확대(30억원), 청년창업자금 무이자 대출 지원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재정 혁신도 또 다른 목표다. 올해에도 '쓸 땐 쓰고, 아낄 땐 아낀다'는 재정혁신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계획이다. 1조원에 달했던 채무를 벌써 3000억원이나 갚았다. 올해도 1천억을 갚을 것이다. 중도개발공사(GJC) 경영정상화 통해 강원도에 진 빚 갚아나갈 계획이다. 재정혁신을 일시적인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상시 제도화시키기 위해 지자체 차원의 재정준칙을 선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강원도의 산업 육성을 위해 투자유치 계획은 있는지. 그리고 강원도의 산업 발전 방향은 무엇인가.
▲반도체 대기업 공장 하나만 덜렁 들어온다고 경제가 살아나는 게 아니다. 반도체 산업 생태계 전체가 만들어져야 일자리가 생긴다. 우선 강원도는 '반도체 산업 인재 1만 양성'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 교육센터 사업은 국비 200억원, 지방비 260억원 등 총 460억원을 투입했다. 2023년부터 2027년까지 5개년 사업으로 추진한다. 도내 7개 대학이 참여한 반도체 공유대학도 새롭게 추진해 나갈 것이다.
아울러 원주 지역 내 경쟁력 있는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제조공장에 필요한 전력, 용수 등 기반시설과 인력들의 정주여건도 마련할 예정이다.
아울러 반도체 기업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으로 기업투자유치전략을 마련할 계획이다. 반도체 타깃 기업을 선정하고 수요 맞춤형 세일즈 전개하고 있다.
보조금, 성과금, 조세감면 등 기업 지원 제도 강화하고 규제 특례를 마련하려고 한다. 테슬라. 테슬라 기가팩토리 '강릉 유치'의 전제조건은 '대한민국 유치'다. 대한민국에만 온다면 우리 안에서의 경쟁은 자신 있는데, 대한민국 유치 가능성은 쉽게 점칠 수 없다. 아울러 기가팩토리 유치와 별개로 테슬라 코리아와 충전스테이션 구축 등 전기차 산업 발전을 위한 협력사업을 한창 진행 중이다. 강원도의 방향은 '미래산업 글로벌도시'다. 20세기 개도국 시절의 굴뚝 산업이 아니라 스마트 기술을 활용한 친환경적 첨단산업이다.
-지방자치가 변곡점에 서 있다. 특히 강원도는 강원특별자치도로 새롭게 출범하게 된다. 지방자치 대전환을 위한 강원도만의 전략이 있다면.
▲자치와 분권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가 강력하다. 하지만 일선 정부부처들의 저항, 분권에 대한 시민들의 오해 등으로 단번에 지방정부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 전략은 '전국적으로 한 번에 실시하기 어려운 권한 이양을 강원특별자치도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하자'는 제안을 하는 것이다.
강원특별자치도는 '규제개혁'과 '분권', 이 2개의 바퀴로 굴러가도록 할 계획이다. 규제개혁을 통해 군사·농업·환경·산림 등 4대 규제를 해소하고, 더 나아가 기업의 투자를 제한하는 산업 규제를 해소해서 산업을 육성할 것이다. 또 분권은 규제에 대한 각종 권한을 이양받고 우리 지역을 발전시킬 정책을 스스로 추진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는 것이다. 중앙정부보다 지방정부가 지역에 대해 더 잘 알기 때문에 지방정부가 권한을 이양받으면 지역발전도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앙정부가 하면 잘 되고, 지자체가 하면 신뢰할 수 없다'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흔히 지역에서 무언가 요구하면 '지역이기주의'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우리의 요구는 '강원도가 잘 되면 대한민국이 다 같이 잘 되는 것'이라는 마인드에 기반하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의 혁신과 발전으로 대한민국도 새롭게 도약할 것이다.
-미래 먹거리인 신산업 육성을 위한 강원도만의 특화 전략이 있다면.
▲RIS(Regional Innovation System) 사업을 말씀드리고 싶다. RIS 사업이란 2020년부터 교육부가 실시한 공모사업으로 지자체와 대학이 협업체계를 구축,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해 지역에 산업 생태계가 조성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강원도는 지난해 교육부 공모를 통해 RIS 사업에 최종 선정돼 향후 4년간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총 214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도내 15개 대학, 60개 기관, 시·군이 함께 강원도의 미래 핵심산업을 위한 인재 양성, 기술혁신, 기업지원, 청년 취업·창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RIS 사업의 3대 핵심 분야인 '정밀의료, 디지털헬스케어, 스마트수소에너지'는 강원도와 강원대가 모여서 '강원도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산업'이 무엇인지 머릴 맞대고 논의한 끝에 골라서 신청해 선정된 것이다. 특히 '춘천-정밀의료, 원주-디지털헬스케어, 강릉·삼척-스마트수소에너지' 등은 그동안 규제자유특구 지정, 해당 산업 클러스터 조성, 국비 지원 등으로 키워 왔던 산업들이다. RIS사업 3대 핵심분야 외에 '자율과제'로 반도체 인재양성도 선택했다.
이를 통해 3대 핵심 분야 약 8800명의 지역인재 양성과 일자리 창출 등이 기대된다. 특히, 도내 7개 대학이 참여하는 반도체 공유대학 운영을 통해 연간 반도체 전문인력 1000여명을 양성해 졸업과 동시에 반도체 관련 기업에 취업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다.
대학-기관-기업 간 협력을 통해 각 산업 분야의 기술혁신과 기업 경쟁력 강화도 기대된다. 정밀의료, 디지털헬스케어, 수소, 반도체 등 핵심 미래산업 인프라를 구축하고, 관련 기업을 강원도에 지속해서 유치할 것이다. 이는 인구 200만 GRDP 100조 수도권 강원시대를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재선 의원(19·20대) 출신인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춘천지방검찰청 원주지청장 등을 거친 뒤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국회에서는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와 운영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정무위원회 등을 거쳤고 새누리당 원내부대표, 법사위 간사도 역임했다.
강원도는 오는 6월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있다. 김 지사는 '새로운 강원도'를 목표로 지역 산업 육성과 도민 삶의 개선을 등을 위해 발 빠르게 뛰고 있다.
춘천=
최기창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