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이 지난달 발표한 '반도체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의 제조시설 인센티브 조항에 대해 공식적인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이 인센티브를 제시하면서도 기업 경영권을 침해하는 예민한 정보를 요구하고 있고, 초과이익환수 등 일반적이지 않은 투자조건을 제시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미국 정부는 이달 가드레일 조항에 대한 구체안과 함께 향후 소재·장비 및 연구개발(R&D) 인센티브도 추가 발표할 계획이다. 우리 기업이 껄끄러워하는 독소조항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간담회를 갖고 “우리 기업과 반도체 산업계, 정부는 (미국 반도체지원법의) 지급 조건에 대해 우려스러운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기업이 어떻게 대응하고 준비할지 상당히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미국 반도체 지원법의 인센티브 조항이 크게 3가지 측면에서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고 봤다. 우선 미국 정부의 인센티브 제시 조건이 방대하면서 일반적이지 않은 조건이 많아 불확실성이 크다. 또 기업의 경영 본질을 침해할 수 있는 조항이 다수 있고,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투자 비용이 상당히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핵심 공급망 플레이어에 대한 정보를 낸다든지, 기업 경영상황에 대한 정보를 제출한다든지 등 본질적인 내용에 대한 정보 제출 요구가 있다”면서 “미국 투자 비용이 상당히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지난해 8월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지원내용을 담은 반도체지원법을 발효했다. 또 지난달 28일에는 시설투자 인센티브 중 '제조시설'에 관한 지원 계획을 공고하고 참여 기업 모집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 공고에는 반도체 기업의 예민한 정보를 요구하고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등 독소조항이 포함됐다.
한 예로 미국 정부는 인센티브 신청서 내역 중 기업 재무상태나 재원 확보 현황 등 핵심 경영 내용을 제출하도록 했다. 또 1억5000만달러 이상을 지원 받은 경우, 초과수익을 낼 경우 75%까지 환수할 수 있는 내용도 담았다. 정부는 중국 등 우려 국가에 10년간 투자를 금지하는 '가드레일' 조항도 상당한 파급력을 일으킬 수 있는 조항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는 조만간 반도체지원법 구체 사항을 추가 공개할 예정이다. 우리 기업 이익을 침해할 수 있는 독소조항이 추가될 수 있는 셈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반도체 시설투자 인센티브 중 '소재·장비'에 관한 세부 계획은 올봄께, '연구개발(R&D)' 지원 계획은 가을쯤 발표할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의견수렴 기간 동안 미국 정부에 우려를 전달하면서 협의할 계획이다.
이 장관은 “이번 조약에서 기업 부담이 되는 조항은 상당히 완화되고 해소되도록 미 정부와 협의하겠다”면서 “가드레일 조항이 나오면 60일 동안 의견수렴 기간이 있는데 (우리 기업의) 경영활동이 최대한 제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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