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의원이 신임 국민의힘 지휘봉을 잡았다. 윤심(尹心)을 앞세운 김 의원이 신임 당대표로 당선됨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의 당 장악도 힘을 발휘할 전망이다. 다만 당내 비윤 세력도 상당수 확인한 탓에 이를 둘러싼 갈등도 예상된다.
김 신임 당대표는 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힘내라 대한민국 제3차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인단 투표 결과 52.93%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23.37%를 얻은 안철수 후보였다. 막판 역전을 노렸던 천하람 후보와 황교안 후보는 각각 14.98%와 8.72%에 그쳤다.
김 대표는 후보 시절 전당대회 레이스 막판 울산 KTX 역세권 시세차익 논란과 대통령실 선거 개입 등 의혹에 시달리며 주춤했다. 특히 안 후보와 황 후보가 7일 이에 대한 공동 대응을 선언하면서 이슈가 증폭됐다.
그러나 당원 100%로 구성된 선거인단은 윤심을 바탕으로 '윤석열 정부 성공'을 외친 김 대표의 손을 들었다. 특히 목표였던 '과반 득표'를 달성함에 따라 대통령실 개입 논란에 따른 정치적 부담도 상대적으로 덜 수 있게 됐다.
김 대표는 취임 수락 연설에서도 '윤 정부 성공'을 강조했다. 그는 민생과 개혁 문제 해결로 유능함을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당대회 과정에서 갈라진 당을 수습하고 총선 승리로 보답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 대표는 “국민들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 요구하는 것은 민생”이라며 “집값, 일자리, 노동·연금·교육 개혁 등의 과제를 명하고 있다. 여당은 야당과 달리 신뢰와 유능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희생을 각오하겠다”면서 “당대표는 국민의힘을 성공시키고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키며 내년 총선을 압승으로 이끌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당원 동지와 하나 돼 민생을 살려내고 내년 총선 승리를 반드시 이끌어내겠다. 연포탕(연대·포용·탕평)으로 통합 국민의힘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살얼음판 승부 예측됐던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김재원, 김병민, 조수진, 태영호 후보가 지도부 입성에 성공했다. 김재원 후보는 17.55%로 1위를 차지했다. 김병민 후보는 16.10%로 2위였다. 조 후보와 태 후보는 각각 13.18%와 13.11%를 얻으며 지도부가 됐다. 5위는 11.08%에 그친 민영삼 후보였다.
청년최고위원 선거에서는 장예찬 후보가 무난하게 지도부 입성에 성공했다. 친윤계인 장 후보는 장예찬 55.16%를 얻어 18.71에 그친 친이준석계 이기인 후보를 꺾었다. 장 후보는 레이스 막판 여러 가지 논란에 시달려 위기를 맞았지만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여유 있게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는 이른바 친윤계로 진용을 꾸릴 수 있게 됐다. 이들은 대통령실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정책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전히 여소야대 국면인 탓에 내년 4월에 열리는 총선까지는 여야의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차기 총선 공천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입김도 거세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과 김 대표의 '공천 교통정리'에 대한 관심도 커질 전망이다. 비록 김 대표가 과반은 넘겼지만 당내 비윤계 세력도 상당수 확인한 만큼 대구·경북과 서울 강남 등 보수 텃밭 지역의 차기 총선 공천이 당내 갈등의 뇌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신임 지도부는 당내 혼란을 수습하고 공천을 두고 터져 나올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결과적으로 당권을 빼앗기게 된 친이준석계가 정치적 반전을 위한 모멘텀을 마련할지도 관심이다. 친이준석계는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천하람,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 등 비교적 젊고 새로운 인물들의 얼굴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 아울러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당내 20·30과 개혁 세력의 조직력도 확인했다.
하지만 친이계 모두 지도부 입성에 실패한 데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 전 대표에 대한 당내 높은 비호감도 역시 함께 표출됐다. 결국 이들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윤 대통령과의 갈등에 뿌리를 둔 비호감도를 해소해야 하는 숙제가 생겼다는 분석이다.
안철수 후보는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당권을 노렸지만 사실상 윤심을 얻지 못하며 고배를 마셨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안 후보는 당심과의 거리를 좁히는 등 당내 장악력을 키우고 내부 스킨십을 늘려야 한다는 과제를 확인한 셈이 됐다.
최기창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