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 해결안을 발표한 날 대통령실 참모에게 물었다. “우리는 다 내줬는데 일본에선 뭘 받을 겁니까?”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관계 복원.'
우리는 일본에 손에 잡히는 구체적 선물을 줬다. '제3자 변제'다. 생존한 강제동원 피해자 3명이 반대한 일인데 실행했다.
반면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겠다”는 말로 갈음했다.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의미한 것으로 해석됐지만 세세한 언급은 없었다. 손에 잡히지 않는다. 우리가 이미 받은 것이기도 하다.
관계 복원도 마찬가지다. '실체'가 없는 말이다. 선언적 의미가 강하다. 물론 양국의 화해 모드는 경제·안보·문화·인적 교류를 통한 시너지를 불러올 수 있다. 그러나 '준 것은 많은데 받은 것은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수출 규제도 그렇다. '제3자 변제' 해결안이 나오자 관심은 일본이 수출 규제를 해제하는지에 쏠렸다. 그러나 일본은 강제 동원 해결안과 수출 규제는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우리에게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중단이 우선이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들어줬다. 제소를 중단하고 협상에 들어갔다.
외교는 흔히 '실리'라고 한다. 그러나 상대가 일본이면 '정서'를 간과할 수 없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알고도 강행했다.
왜 그랬을까. 또 다른 대통령실 참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삼일절이나 광복절에 일본을 근엄하게 꾸짖고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지지율에도 도움 된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하지 않으면 한·일 관계 정상화는 다음 정부에서도 숙제가 된다. 욕을 먹더라도, 지지율이 떨어져도 해야 할 일은 하는 게 대통령이다.”
우리는 주사위를 던졌다. 이젠 일본의 화답이 필요하다. 일본의 소극적 자세가 계속된다면 관계 복원은 바람에 그치고 만다. 안타깝게도 한 손으론 박수가 이뤄질 수 없다. 결과는 '역사'와 '국민'이 평가할 것이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