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맞아요"...美서 '동명이인' 사진에 18년 억울한 옥살이

동명이인(왼쪽) 사진으로 총격 살인 누명 쓰고 18년 옥살이한 셸던 토머스(오른쪽). 사진=브루클린지방검찰청 페이스북
동명이인(왼쪽) 사진으로 총격 살인 누명 쓰고 18년 옥살이한 셸던 토머스(오른쪽). 사진=브루클린지방검찰청 페이스북

미국의 한 흑인 남성이 외모가 비슷한 동명이인의 사진 탓에 18년 넘게 억울한 옥살이를 한 것으로 밝혀져 화제다.

에릭 곤살레스 미국 뉴욕시 브루클린지방검사장은 9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살인죄로 복역 중인 셸던 토머스(35)의 유죄 선고 무효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결정은 과거 토머스가 수사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사진이 제시되는 바람에 저지르지도 않은 살인 누명을 뒤집어썼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토마스는 체포 당시 17세였다. 마침내 살인 혐의를 벗은 뒤 석방된 그는 이날 법정에서 "정말 오래 기다렸다"며 "피해자의 가족에게도 애도의 뜻을 전하고 싶다. 이번 사건으로 찢어진 것은 내 인생만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브루클린지방검찰청 유죄판결재검토부(CRU) 보고서에 따르면 토머스는 지난 2004년 크리스마스이브인 12월 24일 브루클린 이스트플랫부시의 한 거리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과 관련해 2급 살인과 살인미수 등으로 징역 25년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당시 경찰은 목격자의 증언을 토대로 차 안에서 총을 쏴 14세 소년을 살해하고 다른 행인을 다치게 한 일당 3명 중 2명을 붙잡았다.

애초 토머스는 이 목격자가 진술한 용의자에 포함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경찰은 '익명의 제보'를 받았다며 토머스를 용의선상에 올리고, 경찰 데이터베이스에 있던 '셸던 토머스'의 사진을 뽑아 목격자에게 보여줬다.

목격자는 사진 속 토머스가 당시 총격 용의자 중 한 명일 가능성이 90% 이상이라고 확인했다. 토머스는 '난 살인을 저지른 적 없다'며 사건이 벌어진 날 저녁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브루클린이 아닌 퀸스에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이 목격자에게 보여준 것은 기소된 토머스가 아닌 공교롭게도 같은 동네에 사는 같은 이름의 흑인 남성 사진이었다.

검찰은 이 사건 담당 형사들이 토머스를 체포하는 데에만 열을 올렸다고 평가했다.

법원의 사전 심리 과정에서 잘못된 사진이 제시됐다는 사실은 물론 일부 경찰관의 허위 진술도 밝혀졌으나, 담당 판사는 두 토머스가 닮았고 경찰이 그를 체포할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재판을 그대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곤살레스 검사장은 "우리는 공정함을 추구하고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을 용기를 가져야 한다"며 "이 사건은 시작부터 심각한 잘못에 휩싸였고 토머스를 체포할 정당한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양민하 기자 (mh.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