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도 몰랐던 알레르기 응급약의 비밀…초등학생이 알아냈다

NASA도 몰랐던 알레르기 응급약의 비밀…초등학생이 알아냈다

영미권에서 흔히 사용되는 알레르기 응급 처치제 ‘에피펜’(EpiPen). 이 에피펜에 담긴 약물이 우주 공간으로 나가면 사용할 수 없는 독성 물질로 변한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는데, 발견자가 초등학생들이라는 사실이 놀라움을 줬다.

7일 과학 전문 매체 라이브 사이언스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 오타와의 한 초등학교의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영재들이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큐브 인 스페이스’ 프로그램 일환으로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초등학교 4~6학년으로 구성된 이 어린이 팀은 교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에피펜’에 집중했다. 에피펜은 알레르기가 있는 식품을 먹었을 때 사용해 아나필락시스 쇼크(과민성 쇼크)를 막을 수 있는데 허벅지에 찌르는 방식으로 사용한다.

아이들은 심각한 알레르기를 가진 우주 비행사가 우주에서 에피펜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안전에 의문을 품었다. 다만 실제로 이 에피펜을 우주 공간에 보내야 실험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였는데, 이는 나사가 9~12세 아이들의 과학실험을 돕는 ‘큐브 인 스페이스’를 통해 지원해준 덕에 무사히 진행됐다.

당초 이들의 목표는 에피펜 하나를 실어 우주로 띄우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험용으로 제공되는 가로 세로 각 4cm의 작은 큐브에 에피펜을 넣을 수 없었고, 에피펜 용액을 바이알(병)에 주입해 보낼 수 있었다.

고공 풍선과 로켓에 에피펜 용액이 담긴 큐브가 무사히 올라갔고, 이후 땅으로 다시 떨어졌을 때 결과를 확인한 과학자들은 모두 놀랐다. 에피네프린 샘플의 순도가 87%로 떨어진 것이다. 13%는 에피네프린이 아닌 독성 벤조산으로 변질돼 이 용액은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벤조산은 무색의 결정성 고체로 방부제의 일종이다. 소량으로는 문제없지만 과량 섭취 시 위염, 위통, 구토를 일으킬 수 있고, 피부에 노출되면 피부 발진을 일으킬 수 있다.

지도 교사 데보라 퀠리 블리어는 “"우리 모두는 (결과에) 충격을 받았고 흥분했다”라며 "제자들은 매우 미래지향적이다. 그들은 이미 사람들이 달에 가거나 그 이후에 화성에 가서 식민지를 건설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이 같은 아이디어가 나온 계기를 전했다.

이를 발견한 팀에 소속된 한나 톰슨 학생은 “정말 멋진 일이었다. 이 같은 오염에 대해 ‘나사’는 몰랐다”고 전했다.

학생들과 지도 교사는 나사와 그들의 연구 결과를 공유하기 위해 올 6월 미국 버지니아를 방문할 예정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