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대행사 제작본부장 '고아인'(이보영 분)이 업무차 방문한 광고 촬영 현장에 등장한 엄마 모델은 가상현실(VR) 기술로 재탄생시킨 딸을 만난다. 딸은 차 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상황이다. 대행사는 인공지능(AI)과 VR 등 기술로 딸을 실제와 비슷하게 구현했다. 엄마에게 지켜주지 못했던 당시 상황을 사과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드라마 '대행사' 12화 속 한 장면이다. 대행사는 SLL 산하 레이블 하우픽쳐스와 드라마하우스 스튜디오가 공동 제작했다. 해당 장면은 크로마키 기술을 활용해 딸과 VR기기를 통해 대화할 수 있는 장면을 묘사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널리 쓰이는 VR와 크로마키 기술을 활용한 제작현장 모습이 실감나게 구현됐다.
현실에서 딸을 구하지 못한 엄마는 가상세계에서 위기의 순간에 딸을 구해냈다. 그리고 못 구해서 미안하다는 사과를 건넨다. 광고 촬영 현장은 고아인이 어린 시절 헤어진 자신의 사무실에서 35년 만에 재회한 어머니에 대한 안타까운 감정을 떠올리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VR 기술은 가상세계를 구현하기 위해 사용되는 기술이다. 현실과 가상세계를 연결한다. 주로 VR 헤드셋이나 모션 컨트롤러, 센서 등을 활용해 이용자가 가상세계와 상호작용할 수 있게 지원한다. 증강현실(AR)과 VR를 결합한 혼합현실(MR) 기술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수년 전부터 뉴스, 선거, 교양프로그램 등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미리 만들어진 홀로그램 영상, 실제 인물과 똑같이 제작된 3D 영상을 현실에 구현한 MR 기술 결과물을 방송에서 보는 일도 낯설지 않다. 김광석·김현식 등 현재 세상에 없는 가수가 무대에 설 수 있었던 것도 VR 기술 덕분이다.
크로마키 기술은 촬영된 영상에서 배경색을 제거하고 다른 이미지나 영상을 합성하는 기술이다. 일반적으로 배경이 청색 또는 초록색으로 촬영되며 이를 키(Key) 컬러로 지정, 배경을 제거한다. 이후 다른 영상이나 이미지를 배경 대신 삽입해 새로운 합성 영상을 만들어낸다. 촬영된 배경 교체나 가상의 배경을 합성해 새로운 영상을 만들 때 유용하다.
VR와 크로마키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적극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대면 커뮤니케이션과 직접 체험이 어려운 특수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기술 연구에 속도가 붙었다. 콘텐츠 제작 현장에서는 두 기술이 각각 쓰이는 수준을 넘어 같이 활용되기도 한다.
크로마키의 경우 배경이 필요 없는 촬영도 가능하게 한다. 영화 '범죄도시2'에서 범죄 소탕 작전의 배경이 된 베트남은 해외 로케이션이 아닌 크로마키의 진화판이라 불리는 '버추얼 스튜디오'에서 제작했다.
VR 광고 현장에서 모델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린 고아인은 엄마와의 잃어버린 35년 조각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드라마 '대행사'는 VC그룹 최초 여성 임원의 커리어 만들기를 그린 오피스 드라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에서 시청할 수 있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