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여파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SVB 사태가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판단하며 불안 심리를 가라앉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추 부총리는 13일 수출투자책임관회의에서 “이번 사태가 글로벌 금융경제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견해가 많고 미국 재무부 등 관련 당국이 예금 전액 보호조치를 발표하는 등 신속 대응하고 있다”면서도 “향후 여파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만큼 우리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관계기관 합동으로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시장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이날 이승헌 부총재 주재로 시장 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은행 건전성이 개선됐고 미국 정부가 예금자 보호 조치를 즉각 시행했다”며 “SVB 사태가 금융권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금융당국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SVB 폐쇄 사태와 관련해 “금융시스템을 재점검하면서 긴장을 늦추지 말고 필요시 신속한 시장안정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과 협조해 국내 금융회사 건전성, 유동성을 재점검할 방침이다. 금감원도 국내 금융회사별로 마련된 비상 자금조달계획 점검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SVB 파산 사태가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될 경우의 수는 제한적이지만 경기 둔화 국면에서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크다. 특히 투자 심리에 미치는 영향과 14일 발표를 앞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 등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은 여전하다.
추 부총리는 “글로벌 경제는 고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고강도 금융긴축으로 변동성이 계속되는 모습”이라며 “우리 경제·금융 어려움도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SVB 파산 사태 관련 국내 영향에 대비하기 위해 민관합동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한다.
산업부는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3월 업종별 수출 동향과 SVB 파산사태 관련 수출영향 점검 등을 위해 민관합동 품목별 수출동향 점검회의를 긴급 개최했다.
산업부는 SVB 사태 관련 영향을 점검한 결과 우리 수출에 대한 영향이 직접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세계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향후 대응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주요 업종별 협회와 KOTRA,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무역협회 등과 함께 민관합동으로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한다. 해외공관, KOTRA 무역관 등 해외조직으로 해외 동향에 대해서도 면밀히 파악한다.
산업부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수출 동향에 대해서도 살폈다. 지난 10일 기준 수출이 전년 대비 16.2% 감소했고, 무역적자 50억달러를 기록했다. 산업부는 업종별로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부진이 지속되고 있으며 석유제품, 석유화학, 철강 등 수출단가도 하락하는 등 전반적 여건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아직 나타나지 않아 세계 경기 영향을 받는 철강제품과 컴퓨터·무선통신기기 등 정보기술(IT) 제품 수출도 저조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영진 산업부 1차관은 “최근 어려운 대외 여건이 지속되고 있으며 수출 조기 반등을 위해서는 규모가 작더라도 유망품목을 최대한 발굴해 상품화 하는 등 외연을 확대하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라면서 “미국 SVB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 확대 가능성이 여전한 만큼 정부는 수출 지원기관, 업계와 함께 경계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를 긴장하게 하는 연준 빅스텝(0.5%P 금리 인상) 가능성에도 추가 변수가 생겼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미국 연준의 급격한 긴축이 지목되고 있는 만큼 베이비스텝(0.25%P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과의 금리 역전이 더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덜어낸 셈이다.
박준우 KB증권 연구원은 “SVB 사태는 긴축에 따른 실물경제 여파가 확실하게 나타난 이벤트로 디스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도 높일 것”이라며 “연준의 50BP 인상이나 6% 최종 금리 가능성은 낮아지고 장기 금리가 종국에는 하향 안정될 것이라는 주장에 힘을 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
,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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