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출신 홍콩배우 양자경(미셸 여)이 아시아계 배우 최초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그의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이하 ‘에에올’)는 이를 비롯해 총 7개상을 휩쓸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작품상의 영예는 ‘에에올’에 돌아갔다. 이와 함께 감독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편집상까지 ‘에에올’은 총 7개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에에올’은 미국에 이민와 힘겹게 세탁소를 운영하던 아시아계 에블린이 어느 날 다중 우주 안에서의 다양한 능력을 빌려와 세상과 가족을 구해야하는 운명에 처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다니엘 콴, 다니엘 샤이너트 이른바 ‘다니엘스’로 불리는 감독이 공동 연출하고 양자경, 키 호이 콴, 제임스 홍 등 아시아계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이번 영화를 통해 양자경은 ‘타르’의 케이트 블란쳇을 제치고 여우주연상을 받아 ‘아시아계 배우 최초의 오스카 여우주연상’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할 베리에 이어 두 번째 유색인종 배우다.
그는 “나와 같은 모습을 한, 시상식을 지켜보고 있는 어린아이들에 이것이 희망의 불꽃이, 가능성이 되기를 바란다. 여성 여러분, 황금기가 지났다는 말을 절대 믿지 마세요”라고 울림있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어 “이 상을 우리 어머니께 바친다. 그리고 세상 모든 엄마들에게 바친다. 그분들이 바로 영웅이다. 그분들이 아니었다면 그 누구도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것”이라며 어머니와 말레이시아에 있는 가족, 홍콩에 있는 친척들에게 빠짐없이 인사를 전했다.
그와 함께 호흡을 맞춘 키 호이 콴과 제이미 리 커티스도 오스카 남·여조연상을 나란히 거머쥐며 수상의 기쁨을 함께했다.
특히 ‘에에올’에서 남편 ‘웨이먼드’를 연기한 키 호이 콴의 수상 소감은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베트남계 미국 배우 키 호이 콴은 12살의 나이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인디아나 존스’(1984)로 데뷔해 ‘인디아나 존스 동양인 꼬마’로 알려졌다. ‘구니스’(1986)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이후에는 스크린에서 모습을 비추지 않았던 그가 38년만에 ‘에에올’로 스크린에 다시 등장한 것이다.
콴은 호명되자 배우들과 포옹을 나누고 무대에 올랐다. 그는 눈물을 흘리면서 “저희 엄마가 84세시다. 지금 집에서 이 시상식을 보고 계신다”라며 “엄마 나 상탔어!”하고 뭉클한 인사를 전했다.
그는 “저는 난민 캠프에 오래 있었다. 이런 일은 영화에서만 일어날 줄 알았다. 그 일이 지금 제게 일어났다. 아메리칸 드림이다”라며 기뻐했다. 그러면서 “저는 꿈을 거의 포기했었는데, 이렇게 꿈을 이뤘다. 여러분 꿈을 잃지 마세요. 꿈을 꾸세요”라고 말했다.
또한 이날 콴은 ‘인디아나 존스5’ 개봉을 앞두고 있는 해리슨 포드와 재회해 눈길을 끌었다. 그들은 이미 지난해 9월 디즈니 D23 컨벤션에서 한차례 재회한 바 있다. 콴은 “해리슨 포드가 내게 ‘당신 쇼트 라운드(인디아나 존스 키 호이 콴 분) 맞지?’라고 물었다. 그 즉시 우리는 1984년으로 돌아갔고, 나는 ‘네, 인디’라고 대답했다. 그는 이리 오라며 포옹을 해줬다”고 당시를 전했다.
국세청 직원 ‘디어드리’를 연기한 제이미 리 커티스는 데뷔 이후 처음으로 아카데미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그는 "내가 수년간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를 함께 만든 수천 명의 사람들과 함께 이 오스카상을 탔다, 우리는 함께 영화상을 수상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 어머니, 아버지 모두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셨었다”며 하늘을 향해 “저 오스카상 탔다”라고 외친 후 눈물을 터뜨렸다.
한편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10개 부문 11개 후보로 최다 노미네이트 됐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