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변곡점 맞이한 MMORPG... 초대형 신작 격돌

엔씨·넥슨·위메이드, 신규 IP 출격
카카오·컴투스, 원작 재해석 승부
확률형 아이템 규제 대응책 관심

[스페셜리포트]변곡점 맞이한 MMORPG... 초대형 신작 격돌

국내 게임사가 대규모역할수행게임(MMORPG) 신작으로 시장 구도 재편에 나선다. 오랜 시간 왕좌를 지켜온 '리니지' 시리즈를 넘어설 새로운 지식재산(IP)과 차별화된 게임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MMORPG에서 느낄 수 있는 대규모 전쟁과 성장, 소통의 재미를 극대화한 것은 물론이다. 압도적 자원이 투입된 심리스 오픈월드와 실시간 자연 환경 등 시스템적 발전도 기대요소다.

그동안 MMORPG 시장에서는 주요 수익모델로 자리 잡아온 확률형 아이템과 많은 과금이 승리로 이어지는 페이투윈(P2W) 구조에 대한 게이머 반발심리가 커졌다. 관련 법적 규제가 예고된 가운데 이에 대응할 새로운 비즈니스모델(BM)에도 관심이 쏠린다.

엔씨소프트 TL
엔씨소프트 TL

◇독창적 세계관 지닌 신규 IP

내달부터 본격 출시되는 주요 MMORPG 신작은 참신함을 지닌 신규 IP를 적극 채용했다. 10년 인기를 끌어온 장수 IP가 즐비한 MMORPG 장르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게임 내·외적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통해 IP 생태계 확장을 예고했다.

엔씨소프트가 올 상반기 출시 예정인 대작 MMORPG '쓰론앤리버티(TL)'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플레이포올(Play For All)'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리니지 시리즈와는 다른 면모를 통해 엔씨의 제2도약을 꾀한다. 캐릭터 육성에 많은 돈을 투입한 상위 랭커뿐 아니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차세대 MMORPG를 보여준다는 목표다.

개발기간만 10년에 1000억원이 넘는 비용이 투입된 TL은 다음 세대 엔씨의 명운을 건 작품이다. 게임 소개 영상에도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직접 나서 개발 방향성을 소개했다. 아마존과 손잡고 국내뿐 아니라 북미, 남미, 유럽, 일본 등 글로벌 시장에도 적극 뛰어든다.

최문영 엔씨소프트 수석개발책임자(PDMO)는 “아마존게임즈와 함께 전세계 이용자에 국가와 언어 경계를 넘어선 차세대 플래그십 MMORPG만의 감성과 경험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프라시아 전기
프라시아 전기

넥슨은 30일 공식 서비스를 시작하는 '프라시아 전기'에 단일 타이틀 최대 인력을 투입했다. 넥슨 신규개발본부에서 제작한 대형 MMORPG다. 프라시아 전기는 영지와 대규모 전쟁 콘텐츠를 보다 많은 이용자가 즐길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췄다. 거점 건물을 강화하거나 성벽을 만드는 등 전략게임(SLG) 요소도 접목했다. 게이머와 크리에이터가 서로 소통하며 게임을 함께 즐기는 후원 프로그램 '넥슨 크리에이터스'도 정식으로 지원한다.

4월 포문을 여는 위메이드 '나이트 크로우'는 최대 1000명에 이르는 사용자간전투(PvP)를 구현했다. 지상과 공중을 넘나드는 전장 환경도 차별화 요소다. 기존 MMORPG에서 보지 못한 대규모 전투 경험을 제공한다. 13세기 유럽을 재구성한 세계를 배경으로 왕가와 교황, 기사단, 세상 뒤편에 존재하는 밤까마귀 길드 등 중세 서양의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다.

◇원작 재해석·스타 개발자 눈길

올해 '비욘드 코리아'를 선언한 카카오게임즈는 유명 스타 개발자가 참여한 '아키에이지 워'와 '아레스:라이즈 오브 가디언즈'로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낸다. 송재경 사단으로 잘 알려진 엑스엘게임즈가 개발한 아키에이지 워는 21일 출시를 앞두고 사전 예약자가 200만명을 넘어섰다. PC MMORPG 아키에이지 후속작으로 오픈월드 필드전과 대규모 해상전이 특징이다.

2분기 선보일 예정인 아레스는 전세계 누적 1억 다운로드를 기록한 '다크어벤저' 시리즈의 반승철 세컨드다이브 대표가 제작 중이다. 사이언스픽션(SF)에 기반을 둔 몰입도 높은 세계관이 돋보인다.

제노니아
제노니아

컴투스 '제노니아'는 2008년 피처폰 시절 모바일 RPG로 선보인 컴투스홀딩스(당시 게임빌) 간판 IP에 기반을 둔 타이틀이다. 엔씨에서 리니지2 개발을 총괄했던 남궁곤 컴투스홀딩스 이사가 제노니아 사업 담당 이사를 맡아 출시를 준비 중이다. 역대 제노니아 스토리를 재해석한 방대한 시나리오와 카툰렌더링 기법을 활용한 독창적인 비주얼 디자인을 선보일 예정이다.

◇'확률형' 규제 대응할 신규 BM 관건

MMORPG 이용자가 신작에 기대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는 새로운 BM이다. 캐릭터 성장을 위한 아이템·장비·변신 뽑기나 강화, 제조 등 확률적 요소는 국내 게임사가 외형적 성장을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용자 간 경쟁을 촉진하고 게임 통해 축적한 인게임 자산 가치 보존으로 나름의 경제 생태계도 형성했다.

하지만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MMORPG 캐릭터 육성에 매달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 많게는 억 단위 과금까지 불사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사회적 비난 여론도 커졌다. 단순히 비싼 아이템을 확률형으로 파는 행태뿐 아니라 끊임없이 자원을 투입해야만 상위권에 안착하고 최종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목됐다.

결국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법으로 규정한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 내년부터 본격 시행을 앞뒀다. 올해 출시되는 MMORPG 신작 역시 법·제도 변화에 대응하고 이용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 과금 구조와 인게임 경쟁 시스템 마련이 불가피하다.

업계에서는 스토리 엔딩이 없는 MMORPG 장르 특성상 과금과 확률 요소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적절한 과금 모델을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성장 동기를 부여하고, 이용자 그리고 집단 간 경쟁을 통한 재미를 북돋을 수 있는 새로운 BM 발굴이 MMORPG 시장에서 신작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숭실대 교수)은 “국내 게임사가 MMORPG 분야에서 쌓은 기술력과 노하우는 두말할 나위 없이 뛰어나지만, 이용자를 만족시키고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문법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게임 속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재미 요소에 이용자가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