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는 사람이 질문하면 적절히 답하는 신경망 기반 언어 인공지능(AI)이다. 집필하고 있는 책 취지에 따라 경제학의 합리 타당한 가정을 넘어 보고 듣는 즐거움, 행복과 삶의 질, 시대에 걸맞게 정보기술(IT)도 관련지으라고 하니 관련 분야를 보이며 일일이 답변한다. 범위를 줄일수록 답변은 정교해진다. 장단점을 균형 있게 논하려는 중립성이 보인다. 그러나 과도하게 상대방 논지에 맞추려 하고, 같은 질문도 매번 답변 구조가 다르며, 간혹 답변이 틀리기도 한다. 아직은 불완전하고, 편향도 우려된다.
그러나 내용을 요점으로 정리하고, 표로 만든다. 내용의 문맥과 틀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어를 우리말로 번역하기도 하고, 데이터를 입력하면 통계·AI 분석도 한다. 진작 이용했더라면 책의 집필 기간은 3분의 1로 줄지 않았을까. 지식의 구조화를 통해 문서 작성을 가능하게 해 주는 챗GPT는 가히 초고속인터넷·스마트폰에 이은 혁명적 이기라 할 만하다. 그동안 구글이 독점해 온 글로벌 포털·웹브라우저 시장의 경쟁 구도는 물론 세상도 뒤바꿀 기세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이는 '날이 좋은 데 뭐 하지?'라는 질문에 “공원 산책” 같은 유의미한 대답이 나올 수 있도록 많은 양의 데이터로 학습했기 때문이다. 학습은 처음에는 스스로 하고 세부 케이스별로 입력 데이터의 모델 값과 목표치 차이를 줄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는 마치 스파게티 소스를 만들려고 다양한 비율로 재료로 섞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최상의 레시피를 찾아내거나 입시 컨설턴트가 축적된 데이터로 수능생의 합격 가능 대학을 예측하는 것과 유사하다.
그러나 우려가 적지 않다. 우선 지식재산권 문제다. 인간의 장점인 창의성은 새롭게 만들거나 관련 내용을 수집·배열·종합하고 해석·비판하는 것이다. 챗GPT는 자료 출처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작성물 그대로 상업적 용도로 사용된다면 지재권에 저촉될 수 있다. 로런스 레시그가 웹 정보를 이용한 지적 확장이 방해받지 않도록 저작물사용허가표시(CC 라이선스)를 도입하던 당시에 접한 상황과 같다. 또 편리하지만 게으름을 초래한다. 최근 국제학교 학생이 챗GPT로 작성해서 제출한 리포트를 부정 처리한 촌극이 앞으로도 다반사로 일어날 것이다.
일자리 소멸은 더 큰 걱정이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자료 수집·정리를 위한 비서·연구원은 불필요하다. 사실 지금도 기업의 고객 센터에 전화하면 응대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앱봇이다. 전문직도 안전 영역은 아닌 것 같다. 어쩌면 정무적으로 결정하는 판사보다 차라리 챗GPT가 법정 구현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할 수 있다.
지식 시장에서 승자독식이 이뤄질 수도 있다. 목차 구성 정형화나 참고문헌 확인 기능이 고도화된다면 누군가 한순간에 책을 1만권 정도 만들지도 모른다. 학술지·데이터 접근까지 가능해진다면 논문이 1000점 쏟아져 나올 수도 있다. 이론·실증 분석이란 결국 합당한 논리를 변수·함수·데이터로 모색하는 것이니 챗GPT에 이미 출간된 논문을 표로 정리하라 하고 아직 다루지 않은 분야를 찾아서 분석하라 하면 된다. 인류의 지식 수준은 퀀텀 점프할 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이 조금씩 자기 분야에서 진리를 추구해 오던 작업은 무의미하게 된다.
마지막 우려는 우리의 경쟁력이다. 우리나라는 초고속인터넷을 누구보다 앞서 설치했고 토종 포털이 구글과 경쟁하는 유일한 자유 진영 국가이지만 챗GPT 등장으로 입지는 약화할 수 있다. 이미 앱스토어·유튜브·넷플릭스(OTT)에서는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의 AI 투자는 혈세를 헬리콥터 머니로 흩뿌리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기초 통계·수학의 교육과 기업의 글로벌 진출이 가능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K-팝이 세계로 향하게 된 것도 자국 내에 안주한 J-팝과 달리 협소한 국내시장을 벗어나려는 각고의 노력 때문이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nclee@hansu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