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영향이 점차 줄면서 공항에도 예전과 같은 활기가 느껴진다.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던가. 여행을 좋아하거나 업무상 해야만 하는 사람들, 그런 고객들을 열심히 실어 나르던 항공사 종사자들, 그리고 공항과 부대시설에서 일하던 수많은 사람에게까지 코로나19는 큰 악몽이었다.
그런데 다시 기지개를 켜려는 항공업계에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에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고려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ESG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교통부문에서 발생하는 탄소 가운데 10% 이상이 항공산업에서 나온다는 추궁과 함께 비행 도중 발생하는 질소산화물도 미세먼지·기후변화를 악화시킨다는 비판이다. 이 같은 비판론을 의식한 항공사들은 앞다투어 탄소 순배출량을 2050년까지 0으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선언을 하고 있으며, 제트블루 항공사는 미국 국내선 노선에서 이미 순 배출량 0을 의미하는 '넷제로'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항공사의 변화를 보여 주는 첫 번째 방식은 고객이 비행기표를 살 때 그 여행에서 발생하는 탄소만큼 추가로 돈을 더 내는 옵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렇게 걷힌 돈은 그만큼의 탄소를 흡수할 나무 심는 비용으로 기부된다. 생물종 다양성이나 환경보호 프로그램에 기탁되기도 한다. 일부 항공사는 이러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고객에 포인트 등 일정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환경보호 의식이 강한 유럽 중심으로 미국 등 선진국에서 이러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이 방식의 장점은 여행자에게 '내 즐거움 때문에 환경이 망가진다'는 죄책감으로부터 가볍게 해 줄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와 기후변화에 대한 대중의 각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러나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체'(offset) 방식의 접근은 결코 절대탄소배출량을 줄이지는 못하며, 이미 배출된 탄소의 부작용을 다른 방식으로 메우는 소극적 방식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여기서 두 번째 방식으로 과학기술의 역할이 부각된다. 연료를 개선하거나 아예 이차전지·연료전지·태양전지를 활용하는 방식, 기체와 엔진 구조를 바꾸는 방안 등이 포함된다. 먼저 연료 관련 부분은 기존 연료의 성분을 좀 더 친환경적으로 바꿔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거나 무시할 정도의 양을 배출하도록 바꿔 보겠다는 움직임이다. 전체 대기 오염 가운데 2% 정도를 일으키는 항공교통에 이러한 새로운 연료가 채택된다면 좋은 돌파구가 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이 제안한 대로 항공기에 표면적을 최대화할 수 있는 주름진 구조의 촉매를 사용하는 배기가스 제어 시스템을 설치하고 그것을 제트엔진에 연동하는 방식이 있다. 아직 연구개발(R&D)되고 있는 방식이다. 중소형 기체의 경우에는 엔진 자체를 전기구동 방식으로 바꾸려는 시도도 있다. 배기가스가 없는 수소연료전지 기반 엔진의 도입을 위한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대형 기체에는 무겁고 부피가 큰 배터리를 싣는 것이 여러 측면에서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엔진의 특성을 바꾸려는 노력과 엔진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병행해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우수 엔지니어와 과학자들이 이러한 항공교통의 변신에 주역이 되기를 기원한다. 필요가 있는 곳에 반드시 해결책이 있음을 입증해 온, 오늘도 실험실에서 새로운 해결책을 만들어 내기 위해 고심하는 연구자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alohakim@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