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주 52시간제를 최대 69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전환하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입법예고 기간인 다음 달 17일까지 보완하라고 지시했다. 다만 '연장근로 총량이 줄어들어 실근로시간이 줄어들 것'이라는 취지와 '노사 간 합의로 근로시간 선택권을 부여하겠다'는 제도적 본질은 유지할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14일 고용노동부가 지난 6일 확정한 근로자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 및 유연화 법안과 관련해 “입법예고 기간 중 표출된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 특히 MZ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 법안 내용과 대국민 소통에 관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개편안 공개 후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정당한 보상 없이 연장근로만 늘어나는 것 아닌지, 일한 후 과연 쉴 수 있을지 등 제도가 악용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자, 법안 보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당초 개편 방안이 근로자 선택권을 확대하고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인데, 그 취지를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날 대통령실 발표 후 '여론에 따라 개편안 백지화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국무회의 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개편안의 취지와 큰 틀은 변함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 총리는 “그동안 주 52시간이라는 획일적 규제에서 성수기, 비수기 등을 감안한 근로현장의 여건과,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와 충분한 휴가 기간의 확보를 조화할 수 있는 유연하고 합리적인 제도를 노사 간 합의에 의해 전환토록 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합의를 통해 근로시간의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 이번 제도 개편의 본질”이라면서 “집중 근로시간에는 집중적으로 일하고, 이후에는 충분한 휴식을 보장해 근로자의 건강권을 보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총리는 “정부는 이 제도를 운영하면서 철저한 법 집행을 통해 시간외수당 미지급, 임금 체불, 건강권 보장 소홀과 같은 문제가 절대로 발생하지 않도록 강력하게 대응해 나가겠다”면서 “고용부는 제도의 취지와 본질이 충분히 구현될 수 있도록 설계 과정에도 차질이 없도록 하고, 국민께도 정확하고 충분한 설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대국민 여론조사 등을 추가로 실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론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제도 보완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입법예고 기간인 다음 달 17일까지 근로시간 제도 개편이 근로자가 시간 주권을 갖고, 기업문화를 혁신하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을 토대로 다양한 보완방안도 강구하겠다”면서 “정당한 보상을 회피하는 '공짜야근'을 낳는 포괄임금 오남용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응해 노동질서를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