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OLED 디스플레이에 널리 사용되는 소재를 활용해 고성능 인공지능(AI) 반도체 소자를 개발했다. AI 연산에서 전력 소모는 줄이고, 계산 시간은 크게 단축할 수 있는 효과가 기대된다.
포스텍(POSTECH·총장 김무환)은 정윤영 전자전기공학과·반도체공학과 교수, 김세영 신소재공학과·반도체공학과 교수, 전자전기공학과 통합과정 박성민 씨 연구팀이 현재 OLED 디스플레이에서 널리 사용되는 'IGZO' 반도체 물질을 이용해 성능과 전력효율이 매우 뛰어난 고성능 AI 반도체 소자를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 연산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려면 정보저장을 담당하는 메모리 내에서 연산도 이뤄져야 하지만, 기존 AI 반도체 기술은 AI의 정확도 향상에 필요한 모든 요구조건을 만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었다.
공동연구팀은 AI 연산에 필요한 균일성, 내구성, 연산정확도 뿐만 아니라 상용화를 고려해 양산성까지 뛰어난 IGZO 소재를 활용했다. 이 소재는 인듐, 갈륨, 아연, 산소 등 4가지 원자가 일정 비율로 구성된 화합물이다. 전자 이동도와 누설전류 특성이 우수해 현재 OLED 디스플레이에서 널리 이용된다.
연구팀은 이 소재를 이용해 두 개의 트랜지스터가 연결된 새로운 구조의 시냅스 소자를 개발했다. 이 두 개 트랜지스터는 저장 노드(node)를 통해 연결돼 있고, 이 저장 노드의 충·방전 속도를 정밀하게 조절함으로써 AI 반도체에 요구되는 다양한 성능 지표들을 높은 수준으로 충족시켰다. 또 거대 AI 시스템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시냅스 소자의 출력 전류가 작게 조절돼야 하는데 초박막절연체를 트랜지스터 내부에 도입해 전류를 제어함으로써 대규모 AI 연산에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개발된 신소자를 이용해 손글씨 데이터를 학습시킨 후 분류한 결과 98% 이상 높은 정확도를 확인했다. 향후 고성능 AI 시스템에 응용될 수 있음을 검증했다.
정윤영 교수는 “그동안 소재 개발에 집중해온 기존 AI 반도체 연구 한계를 극복하면서 이미 양산성이 검증된 소재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IGZO 소재 활용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보유한 만큼 향후 AI 반도체 분야 주도권을 쥐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기술개발사업 지원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전자소자 분야 권위지인 '어드밴스드 일렉트로닉 머터리얼스' 뒷표지논문(inside back cover)으로 실렸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