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그십 모델답게 웅장하다. 실내는 카니발 못지않게 쾌적하다.”
기아가 15일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 대형 전동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9' 디자인을 공개했다. 이에 앞서 서울 성수동 레이어41에서 열린 프리뷰 행사에 참석해 실제 차량을 살펴봤다. 사전 행사는 휴대폰 반입이 금지되는 등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됐다.
카림 하비브 기아글로벌디자인센터 부사장은 프리뷰 행사에서 기아의 디자인 철학과 미래 방향성을 먼저 소개했다. 내외장 디자인에 참여한 기아 디자인 팀장들도 자리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하비브 부사장은 “기아는 오퍼짓 유나이티드를 구성하는 다섯 가지 방향성 중 자연의 완벽함과 현대적 감각의 공존을 추구하는 '자연과 조화되는 대담함'을 EV9에 반영했다”며 “EV9이 기아의 미래 방향성을 보여주는 모델”이라고 밝혔다.
전시 차량은 양산 전 프로토타입 차량으로 완전한 모습은 아니다. 외관은 직선을 강조한 디자인이 커다란 차체와 어우러지며 웅장함을 연출했다. 언뜻 봐도 전장이 5m를 훌쩍 넘어서는 대형 SUV의 모습이다. 다만 전고가 낮은 편이라 오프로더보다는 도심형 SUV에 가까운 인상이었다.
외관에서 가장 눈길을 끈 건 독특한 LED 방식 헤드램프와 주간주행등(DRL)이다. 그릴 양옆에 여러 개 작은 정육면체로 구성한 스몰 큐브 프로젝션 LED 헤드램프와 별자리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스타맵 LED DRL이 개성을 나타낸다. 전기차는 엔진이 없어 공기 흡입을 위한 그릴이 필요 없다. EV9은 디지털 패턴 라이팅 그릴과 다양한 조명을 넣은 디지털 타이거 페이스로 특별함을 강조했다.
하비브 부사장은 EV9의 넉넉한 실내 공간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EV9이 전기차라는 것을 고려할 때 가장 중요한 디자인 요소는 3열 7인승 차량의 공간감”이라면서 “전기차로는 이처럼 큰 공간감을 확보한 것이 처음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명처럼 실내는 E-GMP 플랫폼 장점을 적극 활용한 설계로 바닥이 평평하고 축간거리가 길어 캠핑 등 레저 활동에 활용도가 높아 보였다. 1열과 2열은 미니밴처럼 독립형 시트로 구성했다. 2열은 3열을 향해 내측 180도, 측면 도어를 향해 외측 90도 회전해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스위블 시트를 적용했다.
운전석에 앉아보니 12.3인치의 디지털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디스플레이, 5인치 공조 디스플레이를 한데 묶은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가 눈길을 끈다. 세 개의 디스플레이를 매끄럽게 연결했다.
시동 버튼을 통합한 칼럼 타입 전자식 변속 레버(SBW)도 주목된다. 실내를 마감한 소재는 고급스러운 느낌은 아니었다. 천연가죽 등을 사용하기보다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소재를 채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민영 팀장은 “1열은 드라이빙을 좀 더 즐길 수 있는 공간, 2열은 휴식에 가까운 공간 등 레이어를 철저히 구분해 사용적 측면을 고려했다”면서 “플랫 플로어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조형적 요소를 심플하게 보여주는 레이아웃을 담아내려 했다”고 말했다.
기아는 이달 말 온라인으로 EV9 세부 스펙 등 상품 정보를 공개하고 31일 개막하는 2023 서울모빌리티쇼 현장에서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차량을 선보일 계획이다. 앞서 기아는 2022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EV9이 1회 충전으로 최대 540㎞를 달릴 수 있고 정지 상태에서 100㎞/h를 5초대에 주파하는 우수한 가속 성능을 갖췄다고 밝혔다. EV9은 4월 광명공장에서 본격 양산에 돌입한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