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와 국회가 추진하는 에너지이용합리화법 전부 개정안은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 상황으로 인한 수급 불안정성, 가격 상승 등에 근본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정책 내용을 망라했다. 그동안 시범사업이나 정책수준에서 적용되었던 것을 법 근거로 신설해 장기적으로 추진할 기반을 만들 전망이다. 산업부는 특히 에너지공급자효율향상의무화제도(EERS), '한국형 그린버튼(Green Button)' 등 과감한 효율 정책을 법제화하는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EERS, 5년 만에 법제화…에너지 공급자 효율향상 의무 강화
산업부는 에너지이용합리화법 개정안의 핵심으로 EERS 법제화를 꼽고 있다. EERS는 에너지공급자로 하여금 에너지 수요를 감축하는 효율향상사업에 투자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미국 26개주와 유럽 16개국에서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에너지를 팔면 팔수록 수익을 남길 수 있는 한국전력공사(한전) 등 에너지 공급자에게 '효율 향상' 의무를 부과하기 때문에 강한 정책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에너지 공급자는 효율 기술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장기적으로 저소비·고효율 구조로 넘어가기 위한 핵심 제도로 꼽힌다.
우리나라도 EERS 시범사업은 이미 시행 중이다. 2018년 한전이 시범사업 형식으로 처음으로 EERS를 실시했다. 이듬해에 한국가스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한난)도 합류했다. 전력·가스·열 공급자가 모두 EERS를 시행하는 셈이다.
4년 동안 시범사업을 벌이면서 얻은 성과는 확실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 한전은 1598억원을 투자해 1659GWh, 가스공사는 129억원을 투자해 6만4527Gcal, 난방공사는 92억원을 투자해 7만3925Gcal의 에너지를 절감했다.
하지만 현행 우리나라의 EERS는 시범사업 수준이어서 법제화를 통한 제도 정착이 필요했다. 산업부가 추진하는 에너지이용합리화법 전부 개정안에서 EERS 법제화를 위한 근거를 담은 이유다. 산업부는 EERS를 법제화하기 위해 에너지공급자에 대한 효율향상 의무 부과, 이행계획·결과 평가, 목표 불이행에 대한 과징금 부과, 검증기관 등 근거를 신설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한전·가스공사·한난은 시범적으로 점검했던 에너지효율향상목표를 향후 의무적으로 달성해야 한다. 절감 목표 달성 시 남는 재원은 에너지 효율 기술 투자에 활용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에너지 공급자 스스로 효율 기술 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전망이다.
◇실시간으로 에너지 사용량 파악하는 '한국형 그린버튼' 시동
산업부가 추진하는 에너지이용합리화법 개정안에는 '한국형 그린버튼' 플랫폼을 추진하기 위한 근거도 적시했다. '그린버튼'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012년에 시작한 제도로 온라인 플랫폼에서 '클릭' 한 번으로 실시간 에너지 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다. 15분·시간·일·월 등 다양한 시간대별 사용량을 추출할 수 있다. 에너지 사용패턴을 반영한 빅데이터를 생성하고, 에너지 사용패턴에 따른 절감 방안 등을 컨설팅 받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에너지 빅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에너지 수요를 효과적으로 관리해 유연하게 에너지 사용량을 활용할 수 있다.
그린버튼 제도 역시 정책 효과는 검증됐다는 평가다. 현재 미국에서는 26개주를 대상으로 그린버튼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이 프로그램을 운용하면서 전력 6만GWh와 이산화탄소 2290만톤을 감축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효과적으로 에너지 수요를 관리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산업부가 추진하는 '한국형 그린버튼'은 제조대기업 등 건물과 에너지다소비사업자를 대상으로 적용될 전망이다. 에너지다소비사업자의 실시간 에너지 사용량 등을 수집·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근거를 적시한다. 특히 여름겨울철 등 에너지 수요 효율화가 절실한 시기에 개별 건물이나 에너지다소비사업자의 사업장을 그린버튼 플랫폼 데이터와 연계하면, 건물 유형과 시간대에 최적화된 에너지 효율개선 방안을 도출할 수 있다.
산업부는 에너지이용합리화법을 전면 개정하면서 30개 에너다소비사업자에 대한 에너지 효율 제도도 도입한다. 구체적으로 30개 에너지다소비사업자에 대한 자발적 협약체결기업 지원 방안, 협약 체결현황·공표 등에 근거를 법안에 적시한다. 산업부는 지난해 10월 포스코·현대제철·삼성전자·LG화학 등을 30개 에너지다소비사업자를 'KEEP 30'으로 지칭하고 향후 5년간 에너지 효율 혁신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KEEP 30은 산업 부문 에너지 소비량의 57%를 차지하는 만큼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저소비·고효율 구조 개편…에너지 사용·온실가스 감축 효과 기대
이번 에너지이용합리화법 개정으로 전력·가스 등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면서 에너지 수입액을 낮추는 것과 함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기대된다. 산업부는 에너지이용합리화법 개정안 시행으로 내년부터 2030년까지 총 720만toe, 연 평균 90만toe를 줄일 것으로 기대했다. 구체적으로 산업 부문에서 460만toe(63.7%), 공통 부문 190만toe(27.0%), 건물 70만toe(9.3%) 등을 절감할 수 있다.
에너지원별로는 전력 부문에서 총 22.0TWh, 연평균 3.1TWh를 줄일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2021년 정산평균단가를 적용하면 전력요금이 0.4% 하락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가스 부문에서는 1차적으로 총 620만toe, 연평균 90만toe를 절감한다. 현물(스팟) 물량은 총 480만톤, 연평균 70만톤을 감축할 수 있다. 지난해 액화천연가스(LNG) 스팟물량의 약 7% 수준이다. 이로 인해 가스요금도 0.8% 하락한다. 수입액은 총 84억달러, 연평균 12억달러 줄일 수 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