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가 수요 둔화 방어를 위해 액정표시장치(LCD) TV 전략을 대폭 보강했다. 최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마케팅이 불붙고 있지만,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LCD TV 사업의 성장 없이는 올해 실적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달 말 주력 LCD TV 신제품을 순차 출시한다. 대대적인 온·오프라인 마케팅 준비와 함께 기존 제품 가격까지 대폭 인하, 수요 둔화에 맞선 판매 전략을 수립 중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TV사업 주요전략으로 8K와 70형 이상 초대형 라인업 판매 강화를 설정, 관련 마케팅 수립에 한창이다. 이달 말부터 순차 출시하는 98형 QLED와 네오QLED 판매에 공을 들일 방침이다.
실제 사전 예약에 돌입한 98형 QLED의 경우 라이프스타일 TV '더 셰리프'와 패키지 구매가를 기준가 대비 약 400만원이나 낮춰 판매 중이다. 삼성전자는내달 98형 네오QLED 사전 예약과 QLED 정식 판매에 맞춰 처음으로 온라인 라이브 방송도 검토 중이다. 초고가 라인업인 만큼 방송시간 동안 실시간 구매는 많지 않지만 마케팅 효과를 노린다. 여기에 98형 제품의 오프라인 매장 전시 수량도 지난해 대비 두 배나 늘린다.
LG전자도 다음주 주력 LCD TV인 QNED TV 신제품을 국내에 우선 출시한다. 2023년형 제품 중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라인업을 'QNED 에보'로 리브랜딩해 첫 공개한다. LG전자 핵심 제품인 '올레드 에보' 뒤를 잇는 프리미엄 라인업임을 내세우기 위해서다.
LG전자가 판매에 집중하는 모델도 70형 이상 제품군이다. 상대적으로 올레드 TV 대비 QNED가 가격 경쟁력이 높은 만큼 75·86형 제품 판매에 공을 들이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 전시, 프로모션 등을 강화할 계획이다. 동시에 수요 방어와 재고 소진을 위한 기존 모델 할인도 대대적으로 실시한다. 미국 법인에서는 4K 86형 QNED 기준 지난해보다 1000달러나 낮춘 2499달러에 판매 중이다.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두 업체가 LCD TV 전략에 고심하는 것은 절대적인 수요 때문이다. 글로벌 TV 출하량 기준 LCD TV는 전체 9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 삼성의 재진출로 OLED TV 사업에 관심이 높지만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LCD TV 시장을 놓칠 경우 전체 시장 지배력까지 위태로울 수 있다. 특히 LCD TV 수요 둔화는 시장 전체 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선제적인 수요 방어가 필요하다.
실제 LG전자는 지난해 전체 TV 매출에서 올레드 TV가 차지하는 비중이 35% 넘으며 글로벌 시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정작 LCD TV 부문에서 약세를 보이며 물량 공세를 퍼부은 중국 TCL에 글로벌 TV 시장 2위 자리를 내줬다.
LG전자 관계자는 “주력 분야인 OLED TV 시장이 성장한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압도적인 수요를 차지하는 LCD TV 시장 위축은 전체 시장 성장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있다”면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대화면, 고화질 제품을 구매하려는 고객이 늘면서 QNED를 필두로 한 LCD TV 시장 공략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