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기존 패러다임과는 확연히 다른 초스피드·초연결·초정보화 시대를 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의하면 2025년까지 새롭게 생성되는 디지털 정보량은 약163제타바이트(ZB, 1ZB=1조GB)에 이르고, 2년에 2배씩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주행·스마트시티·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 등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는 디지털 데이터는 21세기의 핵심 자원이며, 그 효율적 활용은 기업은 물론 국가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해졌다.
새로운 디지털 정보혁명은 챗GPT, IoT 등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왔기 때문에 공신력 있는 시험인증을 통해 잠재적 위험성을 평가하고 그에 대비한 표준을 확립하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해졌다. 특히 생명과 밀접한 자율주행, 국방, 헬스케어 등 분야에서 디지털 보안에 대한 표준과 안전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이미 미국과 유럽 중심으로 법제화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글로벌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있어 글로벌 표준 선점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세계 시험인증 서비스 시장 규모는 국내 시장의 15배인 약 150조원으로, 규모가 상당히 크다. 한번 선점하면 부가가치가 굉장히 높은 사업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시험인증 분야 강자인 SGS, 유로핀스(EUROFINS), 인터텍(INTERTEK), BV 등 유럽계 기업은 이미 세계 네트워크 기반으로 세력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미국도 유럽보다 늦었지만 UL과 같은 기업이 미래 기술 표준화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으며, 이미 1000개 이상의 안전 표준을 제정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내 시험인증 기업의 글로벌화 단계는 아직 미약한 수준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에이치시티도 미국 새너제이, 인도네시아 등에 글로벌 시험소를 설치·운영하고 있지만 글로벌화 정도나 경험으로 볼 때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제 우리도 정부와 기업이 손잡고 각국 규제기관과의 유대 증진, 현지 기업과의 조인트벤처나 전략적 제휴 등 글로벌화를 위한 진출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국가 간 기술보호장벽(TBT)을 낮추어 시험 기간을 줄이고 비용을 낮추기 위한 국가 간 상호인정협정(MRA)의 체결이 증가하는 추세인 만큼 정부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또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등 우리의 자랑스러운 글로벌 기업이 대학 및 연구소와 손잡고 미래 기술의 표준특허 창출에 노력하듯 시험인증 기업도 글로벌화를 모색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세제 지원과 전문 인력 양성, 글로벌 정보지원 시스템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글로벌 리딩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국내 토종 시험기관의 탄생도 멀지 않을 것이다.
최근 에이치시티는 주요 대륙에 디지털 시험소 설립 전략을 세워 진행하고 있으며, 국가기술표준원에서는 고려대에 국제표준학과를 개설했다.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이러한 노력이 한국의 시험표준 산업을 글로벌화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산업과 기술의 뉴노멀이 탄생한다는 것은 국내 시험인증 기업에는 새로운 기회이다. 팔로워(follower)에서 리더(leader)로 시각과 체질을 전환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투자와 로드맵을 국가와 기업이 함께 그려 나간다면 뉴노멀이 지배하는 정보기술혁명 시대에 '글로벌 시험인증 강국 코리아'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허봉재 에이치시티 대표 bjhur@hc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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