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인터넷·미디어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현행 방송통신발전기금 제도에 신규 사업자를 포함시키고 재원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콘텐츠 편성력 및 여론 영향력을 가진 포털과 대형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이에 걸맞은 공적 책무를 부담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박완주 무소속 국회의원은 22일 '지속가능한 인터넷 환경을 위한 공정기여 어떻게 해야 하나?'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현행 방송·통신기금 제도가 안고 있는 한계를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박 의원은 “특정 사업자들을 택일하는 이분법적인 관점이 아니라 상생을 위한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부처 간 거버넌스 추진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김광재 한양사이버대 교수는 “방발기금 부과기준 설정은 기준을 마련할 당시 시장상황이 고려된 만큼 현재 시장과 환경에 맞게 규제도 변화돼야 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방송 또는 방송통신 사업자 등 전통적 개념과 정의를 새롭게 정의하고 이를 토대로 신규 입법을 추진해 현재 사업을 전개하는 대다수 사업자를 규율 내에 아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시장 사례를 참조해 볼 필요성도 제기됐다. 최진응 국회 입법조사관은 “유럽은 영상 콘텐츠 제작을 위한 기금 형성에 다양한 미디어 사업자 참여를 제도화하고 있다”며 “프랑스, 독일은 역내뿐 아니라 역외 사업자에게 재정적 의무를 법적으로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비디오와 VoD에 대한 세금인 TSV에 대해 넷플릭스 등 새로운 주문형비디오 사업자에게 일괄세를 부여하고 있다.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실장은 “콘텐츠 제공사업자는 기존 방송시장의 광고수익을 잠식하고 다른 방송사업자 이상의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방발기금 형평성 제고를 위한 수평·수직적 공평성이 모두 충족되고 있지 않은 만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내 사업자의 역차별 문제 등이 연관된 만큼 신중히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본국의 법률을 적용받는 글로벌사업자의 경우 기본적으로 국내법을 강제하는데 제약이 있다. 이에 입법시 국내 사업자가 직접적인 법률 집행 대상이 될 수 있고 국내외 사업자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환 웨이브 정책협력리더는 “웨이브가 미국 지사를 설립하며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을 도모하는데 기금 이슈로 해당 국가에서 역차별을 받을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법 제도 개편이 아닌 대안을 검토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유연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산업정책과 사무관은 “포털과 OTT 등 거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의 자발적 출연을 통해 비영리 법인을 설립하고 기업이 원하는 상생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방안 역시 대안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청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급속도로 변하는 인터넷 환경과 관련한 법 규제와 제도 정책이 속도를 내야할 것”이라며 “인터넷 환경을 개선해 소비자들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