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적극적인 '반도체 외교' 펼쳐야

[사설]적극적인 '반도체 외교' 펼쳐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으로부터 반도체 보조금을 받으면 앞으로 10년 동안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량을 5% 이상 늘리지 못하게 된다. 미국 상무부는 이 같은 내용의 반도체 지원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안전장치(가드레일)' 세부 규정을 공개했다.

애초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을 받으면 중국 공장 확장이 전면 차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일부 확장이 가능해져 최악은 피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첨단 공정에 대한 투자 건당 10만달러(약 1억3000만원)를 초과하면 미국 당국에 신고하도록 했다. 막대한 투자 규모를 감안하면 상한선은 너무 낮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중국에서의 반도체 양적 확대를 제한하고 공장의 부분적 업그레이드는 가능하도록 허용했다. 공장 업그레이드에 필수인 첨단 장비 도입이 불가능한 만큼 실효성 자체는 의문이 든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일본과 네덜란드는 첨단 반도체 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수립했다.

미국이 우리나라 기업과 산업을 타깃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압박하는 사태가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첨단 산업 전체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와 기업은 채널을 총동원, 정보를 수집·공유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미국이 첨단 반도체 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제한할 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적용을 1년 유예받은 것처럼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당장은 유예 기간 늘리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와 기업은 일사불란하게 목표와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일이 터진 다음 대책을 마련하는 건 의미가 없다. 정부와 기업이 우리나라 반도체 미래가 달렸다고 판단하고 반도체 외교에 비장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우리나라 기업과 산업이 필요로 하는 바를 얼마나 관철하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