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스 크로스오버 가격은 2052만원부터 시작합니다.”
쉐보레가 제너럴모터스(GM) 한국사업장 미래를 책임질 신차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파격적 가격에 내놨다. '카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차량 가격이 높아진 지금 쉐보레는 어느 국가보다 한국에 합리적 가격을 선보였다.
이 가격에 어떤 완성도를 갖췄을지 시승 전부터 트랙스 크로스오버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지난 22일 열린 시승회에 참석해 고양에서 파주를 왕복하며 신차를 체험했다.
쉐보레는 트랙스의 콘셉트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서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으로 변경했다. 세단과 SUV의 장점을 결합해 양쪽 수요를 모두 잡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특징은 외관에서 잘 드러난다. 기존 SUV보다 낮은 차고와 날렵한 디자인으로 역동성을 강조했다.
차체 크기는 기존 소형 SUV 차급에 해당하던 트랙스보다 월등히 커졌다. 상위 모델인 트레일블레이저와 비교해도 전장과 전폭, 축간거리 모두 길다. 전장 4540㎜, 전폭 1825㎜, 전고 1560㎜로 늘씬하면서도 넓고 낮은 차체 비율을 구현했다. 실내 공간을 좌우하는 축간거리가 2700㎜로 길어 차급을 뛰어넘는 넓은 실내 공간까지 확보했다.
쉐보레는 크로스오버를 상징하는 알파벳 'X' 형상을 차체 디자인 전반에 디테일을 살리는 요소로 활용했다. 근육질 차체 라인과 낮게 떨어지는 루프 라인 등은 쿠페와 같은 디자인 요소를 통해 크로스오버 특유의 역동성을 표현했다. 소비자 취향에 따라 날렵한 디자인의 RS 트림과 아웃도어를 강조한 ACTIV 트림을 선택할 수 있는 점도 주목된다.
시승차는 ACTIV 트림이다. 아웃도어 활동에 특화한 모델로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을 하단부까지 확장했고, 그릴과 스키드 플레이트에 전용 티타늄 크롬 외장 옵션을 더해 한층 터프한 매력을 보여준다. 18인치 글로스 블랙 알로이 휠과 글로스 블랙 외장, 루프랙 등도 멋스럽다.
실내는 예상보다 훨씬 넓다. 짧은 리어 오버행을 통해 쾌적한 2열 레그룸을 실현했다. 뒷좌석에 앉으면 덩치가 큰 성인이라도 무릎이 닿지 않는다. 앞좌석 바닥을 더 높게 설정해 운전 중 시야 확보는 물론 승하차도 편리하다.
뒷좌석은 6:4 방식으로 접을 수 있어 짐을 싣거나 캠핑 등 레저 활동에도 적합해 보인다. 전체 실내 디자인은 운전자 중심이다. 전면 디스플레이는 플로팅 타입으로 8인치 컬러 클러스터와 11인치 컬러 터치스크린으로 구성한 듀얼 스크린을 탑재했다. 중앙 터치스크린은 운전자를 향해 9도가량 기울어져 편리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시트 촥좌감도 중형 차급에 준할 정도로 편안하다. 전동과 통풍, 열선 기능을 제공하는 시트는 이 차가 얼마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에 진심인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파워 리프트게이트와 오토 홀드, 뒷좌석 에어벤트 등 한국 시장에 특화한 옵션을 마련해 깐깐한 국내 소비자 취향을 반영했다.
시동을 걸면 엔진이 조용히 깨어난다. GM의 최신 파워트레인 기술을 집약한 신형 1.2ℓ E-터보 프라임 엔진은 기존 말리부와 트레일블레이저 등에 탑재했던 엔진의 배기량을 줄여 효율성을 더 높였다. 제원상 최고출력은 139마력, 최대토크 22.4㎏·m로 공차중량이 1300㎏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힘은 넉넉한 편이다.
엔진은 GM이 오랜 기간 뷰익 등 여러 차종을 통해 검증한 GENⅢ 6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린다. 실제 가속 반응도 인상적이다. 가속 페달에 힘을 주면 저속에서 고속까지 한 번에 쭉 밀어줘 힘에 대한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저속에서는 가벼운 몸놀림이지만 고속으로 갈수록 묵직하게 느껴지는 핸들링과 서스펜션 반응은 운전자에 안정감을 준다.
놀라운 점은 정숙성이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ANC) 기능을 탑재해 외부에서 유입되는 소음을 반대 특성을 가진 음파로 상쇄시켜 실내 정숙성을 높였다. 덕분에 엔진에서 올라오는 진동은 물론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을 잘 걸러냈다. 마치 고급 세단에 타고 있는듯한 느낌이 든다. 복합연비는 ℓ당 12.3㎞ 수준이다.
가격대를 고려하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안전·편의 장비 구성도 준수하다. 11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무선으로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를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계기판 역시 디지털 방식인데 디스플레이 선명도가 높진 않다.
안전 장비로는 6개 에어백과 힐스타트 어시스트 기능을 지원하는 차체 자세제어 시스템을 갖췄다. 스탑&고 기능을 지원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차간 거리를 잘 유지한다. 크루즈 컨트롤 작동 시 조향은 차선을 유지해주는 보조 기능에 그친다. 하지만 옵션 가격이 35만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납득이 간다.
가격은 트림에 따라 LS 2052만원, LT 2366만원, ACTIV 2681만원, RS 2739만원이다. 미국 현지 가격(시작 가격 2만1495달러)보다도 훨씬 저렴한 수준이다. 2052만원 LS 트림부터 후방 카메라, 긴급 제동 시스템, LED 헤드램프와 테일램프, 차음 유리, 오토 홀드,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 등을 모두 갖췄다. 가격 대비 동급 어떤 차종과 견줘도 뒤지지 않을 상품 구성이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책임감이 막중하다. 주력 시장인 미국을 중심으로 수출을 통해 GM 한국사업장의 미래를 이끌어야 한다. 그만큼 심혈을 기울여 완성도 높은 차량을 개발했다는 것을 시승을 통해 체감했다. 먼저 선보인 미국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로베르토 렘펠 사장은 미국에서 물량을 더 보내달라는 연락을 받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신차 성공을 자신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