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을 100번 던졌을 때 앞면이나 뒷면이 지나치게 많이 나올 확률은 16% 이하다. 반면에 앞뒤가 비슷하게 나올 확률은 68% 정도다. 이를 수학에서는 정규분포라 정의한다. 100명의 조직원 가운데 천재와 바보가 각 16명, 평균을 이루는 보통 사람이 68명 존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대에 따라 나누는 기준이야 어떻든 천재, 바보, 보통 사람 비율은 항상 균형을 이루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이 정규분포 구조를 잘못 이해하면 16%의 천재가 세상을 바꾼다고 믿게 된다. 실제 많은 이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 소수 한두 명의 혁신을 통해 인류사회가 발전을 이루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일 뿐 진실은 아니다.
인류의 위대한 점은 68%에 해당하는 보통 사람들이 천재들의 새로운 제안을 받아들여서 진화한다는 점에 있다. 이는 평균값이 쉬지 않고 미래를 향해 이동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소수의 천재가 새로운 이론을 창출해 내지만 이들의 역할은 68%의 대중이 갖는 평균값을 이동시킬 뿐이다. 다른 말로 천재들이 아무리 앞선 이야기를 하더라도 대중이 따라가지 못하면 인류 발전은 없다는 얘기다. 천재들의 평균 이동 요청에 보통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인류의 진정한 진화요, 혁신이다.
결국 혁신의 완성은 천재들의 아이디어를 대중이 새로운 평균값으로 받아들이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달렸다. 이것이 대중의 힘이다. 기업의 혁신도 경영자의 특별한 생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진보적인 사업 아이템이라 해도 좁게는 임직원, 넓게는 소비자인 대중이 받아들이지 못함으로써 평균값 범위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면 실패한 도전이 된다.
사전적으로 혁신이란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등을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함이라 정의된다. 그러나 혁신이라는 용어가 지나치게 시장에서 남발되고, 이상적 구호로 전락하고 있다. 이제 사회학적으로 혁신의 구체적 목표와 방법을 정의할 필요가 있다. 정규분포를 통해 기업혁신을 바라보면 '특별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 제안한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소비자가 동의하고 받아들임으로써 평균값이 이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의 반응과 호응, 즉 평균 이동 없이 온전한 기업혁신은 없다. 창의성을 띤 경영자 또는 조직이 혁신을 비전 제시나 홍보용으로 내세울 수는 있지만 실제 대중의 동의 없이는 혁신은 없다.
스타트업은 혁신의 아이콘이다. 그러나 명확한 목표와 메커니즘 없이 진정한 스타트업의 혁신을 기대할 수는 없다. 이제 스타트업이 혁신을 실천할 명확한 목표 제시가 필요하다. 바로 '대중 평균값의 이동'이다. 현재 대중의 68%가 갖는 평균값을 스타트업이 이끌기 원하는 새 시대의 새로운 평균값으로 이동시키기 것이 바로 혁신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만일 기업이 새로운 평균으로의 이동 노력을 포기하고 기존 대중의 평균값 맞추기에 급급한다면 아무리 참신한 아이디어라 하더라도 혁신이라 할 수 없다.
이 혁신의 대표적 지표가 바로 핵심성과지표(KPI)다. 미래를 단언할 수는 없지만 KPI로 68%의 대중 평균이 눈에 띄게 이동하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면 혁신의 성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KPI를 추출하는 과정이 바로 린스타트업 메커니즘이다. 이제 '이것이 대중의 평균값을 이동시킬 수 있는가?'라는 자기 자신에게 하는 질문을 통해 구체적이고 치밀한 혁신을 추진함으로써 팬데믹과 전쟁이라는 이 어려운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성장할 수 있는 진정한 스타트업의 혁신을 보여 주기 바란다.
박항준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 danwool@gef.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