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사서 쓰는 SW, 만들어 쓰는 SW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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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3년 공공 SW 수요예보(확정)'를 발표했다.

올해 공공부문 소프트웨어(SW)·정보통신기술(ICT) 장비 사업금액(수요)은 6조2239억원으로 조사됐다. 올 한 해 민간 기업이 공공사업에서 6조원 이상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가운데 SW 구축사업은 4조5406억원(운영·유지관리·개발), 상용SW 구매사업은 3605억원이다. 구축사업 대비 구매사업 비율이 전년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여전히 구매사업의 10배가 넘는 예산이 개발과 운영 등에 쓰이고 있다.

이 수치를 무심코 보아넘길 수 없는 것은 상용SW의 중요성과 정부의 상용SW산업 육성 의지 때문이다. 과기정통부는 공공SW사업에서 상용SW 구매 비율을 오는 2025년에 20%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시스템통합(SI) 사업을 통해 만들어 쓰는 SW보다 사서 쓰는 상용SW의 부가가치가 높고, 해외 진출 등 사업성이 크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하나인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역시 잘 만든 상용SW이 근간으로 기능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공공 분야에서 구축사업 쏠림 현상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발주 담당자는 내부 업무 특성을 반영하려면 구축 프로젝트를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많이 참여한 정보기술(IT)서비스 기업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상용SW가 있음에도 이를 모르고 자체로 SW를 구축하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SW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개정안은 민간에 상용SW가 있음에도 공공이 이를 구매하지 않고 자체로 개발해서 사용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 'SW사업 영향평가'를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공공 분야의 상용SW 구매와 SI 구축 비중이 6대 4 정도로 상용SW 구매가 많다. 필요한 상용SW를 구매하고 업무에 맞춰 일부 커스터마이징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같은 지원을 통해 글로벌 제품과 기업을 육성한다. 상용SW 구매 비율이 구축사업의 10%도 안 되는 국내 상황은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

SW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메타버스, 스마트시티 등 모든 첨단 기술의 근간이다. 우리 SW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특히 세계적인 상용SW와 기업이 출현해야 한다.

글로벌 SW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의 시가총액은 2조269억달러(약 2620조3418억원)이다. 챗GPT가 업계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여기에 투자한 MS의 가치는 지속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최대 SW기업 가운데 하나인 더존비즈온의 시가총액은 9768억원이다. 안랩은 6239억원, 한글과컴퓨터는 3750억원이다. 이들 3개 기업의 시가총액을 합쳐도 MS 시가총액에는 1000분의 1이 되지 못한다.

IT 강국을 자처하는 대한민국이지만 글로벌 SW기업 수준과는 차이가 크게 나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윈도나 오라클 데이터베이스(DB), SAP 전사자원관리(ERP) SW처럼 세계적으로 인지도 높은 제품도 없다.

공공 분야에서 상용SW를 우선 구매하고 사용을 늘리지 않으면 글로벌 기업 등장은 어렵다. 상용SW 기업 대부분이 중소기업이어서 공공이 마중물을 부어 주지 않으면 성장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공공 분야의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