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물가를 보고 안도하기는 처음입니다.”
2월 소비자물가가 발표된 후 만난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물가에 대한 우려를 한시름 놨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동안 높은 물가에 고개를 들 수 없던 물가당국 입장에서의 고충도 느껴졌다.
2월 물가는 전년 대비 4.8% 상승했지만 전월보다는 상승폭이 0.4%포인트(P) 줄었다. 1월 물가가 5.2% 오르며 지난해 12월(5.0%)보다 상승 폭이 커진 상황이어서 2월 물가에 대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 목소리였다.
물가정책은 높은 물가로 말미암은 서민들의 고통을 줄이는 동시에 인위적인 개입으로 말미암은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여기에 대외 요인과 같은 변수가 수없이 추가되고 빠지기도 하는 복잡한 고차 방정식이라 할 수 있다.
부총리까지 나서서 주류가격 인상 자제를 언급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그만큼 물가를 잡아야 한다는 간절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물가는 일단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2월에는 10개월 만에 4%대를 봤으며, 기재부와 한국은행은 3월 물가를 2월보다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물가를 최우선으로 한다”면서도 이제 다른 경제 지표들에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높은 물가로 말미암아 실질구매력이 약화하면서 소비가 둔화하고 있는 상황을 해결하려는 모양새다. 그동안 경기 부양 정책에는 소극적이었지만 내수 활성화 정책을 내놓겠다고 기조를 바꿨다.
그러나 물가는 완전히 잡히지 않았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하반기에 5~6%를 오가면서 고물가에 내성이 생겼지만 4%대도 중앙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인 2%를 2배 이상 되는 수치다.
물가 상승 압력이 모두 소멸됐다고 보기 어렵다. 공공요금 인상의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고, 가공식품 가격 상승률은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중국 리오프닝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불확실성도 크다.
이 때문에 디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했을 때 내놓은 내수 활성화 대책은 물가에 악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실제로 기재부는 올해 초 야당이 '30조 추경'을 요구하자 재정을 풀면 오히려 물가를 자극하고 서민 고통이 커지는 악순환이 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표만 좋아지고 실제 서민 삶은 더 팍팍해지는 것이다.
4%대 물가는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을 감내하고 얻은 결과다. 고금리를 견딘 서민들의 고통이 녹아 있는 수치다. 어설픈 재정 실시로 그나마의 성과를 해쳐서는 안 된다. 설익은 정책으로의 전환은 하지 않느니만 못한 결과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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