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지분인수계약, 투자조건부 융자계약제도, 벤처펀드의 투자목적회사 설립 등 새로운 벤처투자 방식을 규정한 법안이 2년여 만에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경기침체와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으로 인해 투자심리가 꺾인 벤처투자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23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정한 벤처투자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 상임위는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최형두 의원이 각각 발의한 법안을 병합해 위원회안으로 제출했다. 해당 법안이 시행되면 국내 벤처투자시장에서도 지분투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채권형 투자방식으로 벤처투자가 가능해진다.
조건부지분인수계약은 무담보 전환사채 발행을 사전에 약정하는 계약이다. 이른바 컨버터블노트(CN)라는 이름으로 실리콘밸리에서 흔히 쓰인다. 후속투자 유치 시 주식으로 전환 조건을 정하는 채권형 투자방식이다. 후속투자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 계약기간 만료에 따른 현금과 이자로 상환하면 된다.
투자조건부 융자제약제도는 흔히 벤처대출로 알려진 투자방식이다. 은행 등 융자기관이 벤처투자를 받았거나 받을 예정인 법인에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대신 소액의 지분인수권을 획득하는 식이다. 최근 파산 사태가 불거진 SVB가 주로 벤처기업에 자금을 조달하던 방식이다. 이미 시범사업을 개시한 기업은행을 비롯해 산업은행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 정책금융기관이 주로 제도를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벤처펀드가 자회사로 별도 투자목적회사(SPC) 설립도 할 수 있게 됐다. 벤처펀드가 100% 출자한 SPC를 통해 기술보증기금 등 보증기관 보증을 받아, 외부기관으로 추가 차입할 수 있다. 펀드 출자금에 추가로 은행 등 외부기관으로부터 자금을 빌려 규모 있는 신규 투자가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간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로 쓰이던 법적 명칭도 벤처투자회사로 변경된다. 유한회사(LLC)형 투자회사와 한국벤처투자 역시 벤처투자회사로 등록할 수 있도록 규정해 그간 법령 공백을 메웠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이날 열린 산중위 전체회의에서 “중기부는 입법취지를 살려 벤처투자를 더욱 활성화하고 중소기업이 더욱 활발하게 신산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