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오션이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중앙은행투자청(NBIM)으로부터 '블랙리스트 4년 연장' 통보를 받았다. 폐선박 처리 과정에서 환경 파괴, 노동인권 침해 등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기준을 위반함에 따라 투자 대상에서 배제됐다.
NBIM는 최근 지난 4년 동안 투자관찰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팬오션 관찰 기간을 4년 연장한다고 밝혔다.
NBIM은 2018년 1월 팬오션을 투자 블랙리스트에 올리며 노후 선박을 폐기 처분하는 과정에서 작업 환경이 극도로 열악한 방글라데시 해변에서 폐선박을 해체했다고 지적했다. 노동·인권 침해도 문제지만 폐선박 해체 과정에서 심각한 환경 파괴를 초래했다고도 비판했다. 위원회는 4년이라는 관찰 기간에 팬오션이 노후 선박을 해변으로 보내지 않고 기존 관행을 중단하는 등 좀 더 구속력이 있는 서약을 한다면 관찰 연장 여부를 재검토할 수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NBIM은 4년 경과 후 팬오션에 대한 관찰을 확대하기로 했다. 여전히 작업 환경이 열악한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해변에서 폐선박을 해체해 폐선 처리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NBIM 관계자는 “팬오션은 최근 노후 선박이 좀 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폐기되도록 보장하는 새로운 정책을 채택했다”면서 “윤리위는 새 정책을 실질적으로 이행하는지를 평가하기 위해 관찰 기간을 4년으로 연장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실제 팬오션은 한국ESG기준원으로부터 2022년도 ESG 평가에서 전년(B+) 대비 한 단계 하락한 'B등급'을 받으며 '다소 취약한 지속 가능 경영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체제 개선을 위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다만 팬오션은 최근 국내 해운업체 최초로 ESG 채권을 발행해 조달자금을 액화천연가스(LNG) 보급선 도입에 사용하고, 자율항해시스템 기반 연료 절감 실증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친환경 행보를 확대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팬오션의 '환경'(E) 분야 성과가 좋아지고 있어 '지배구조'(G) 분야를 개선해 ESG 등급이 상향된다면 글로벌 투자기관으로부터 블랙리스트 해제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오지헌 법무법인 원 변호사는 “최근 재생에너지 100% 사용(RE100),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공급망실사법 등 글로벌 ESG 규제가 강화하고 있다”면서 “자사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의 온실가스 배출량인 '스코프3'에 해당하는 협력사들까지도 규제 영향권에 있다”고 강조했다. 오 변호사는 “NBIM의 투자배제·감시기업 명단에 한국 기업이 10개나 된다는 점이 크게 우려된다”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환경뿐만 아니라 노동·인권을 위한 기업의 의무를 강조하는 만큼 업계의 전향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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