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중국 톈진시 삼성전기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공장을 방문해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현장 근무자들을 격려했다. 이 회장이 중국을 방문한 것은 3년 만으로, 천민얼(陳敏爾) 톈진시 당서기 면담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발전고위급포럼'(CDF)에 참석하며 숨가쁜 행보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이 회장이 지난 24일 중국 톈진에 위치한 삼성전기 사업장을 방문해 전자부품 생산 공장을 점검하고 이 지역에서 근무하는 삼성 계열사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날 2021년 가동을 시작한 삼성전기 톈진 MLCC 생산 라인을 살펴보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삼성전기 톈진 공장은 부산사업장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 정보기술(IT)·전장용 MLCC를 공급하는 주요 생산 거점이다.
공장 방문에 앞서 이 회장은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소속 톈진지역 주재원 및 중국 법인장들을 만나 해외 근무 애로사항을 경청하고 격려했다. 톈진에는 삼성전기 MLCC·카메라모듈 생산 공장, 삼성디스플레이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모듈 생산 공장이 위치하고 있다. 삼성SDI는 중국 톈진에서 스마트 기기·전기차 등에 사용되는 이차전지를 생산하고 있다.
이 회장은 같은 날 톈진시 영빈관에서 천민얼 당서기와 만나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면담에는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양걸 삼성전자 중국전략협력실장 사장 등 삼성 관계자와 톈진시 정부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 회장은 또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들과 네트워킹 차원에서 25일부터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CDF에도 참석했다.
삼성전자는 이 회장이 CDF에 참석한 주요 기업 경영진들과 만나 글로벌 경영 현안과 미래 트렌드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중장기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CDF에는 이 회장과 팀 쿡 애플 CEO 등 글로벌 기업인과 각계 오피니언 리더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재용 회장의 방중은 미·중 기술패권 경쟁 심화 속 이뤄져 재계 관심을 모은다. 미국은 중국 내 반도체 증설과 공정 기술을 제한하고, 중국은 이에 반대하고 있어 삼성의 행보가 주목받는 상황이다. 이 회장은 미·중으로부터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인지, CDF 현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의 질문에 별다른 답을 하지 않고 “북경날씨 좋죠”라는 인사말만 건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