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이 국내에서 문을 연 지 5주년을 맞은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명분의 하나이던 '중저신용 대출' 비율 목표치를 현실적인 수준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토스뱅크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전체 대출액에서 중저신용대출 규모가 40%(케이뱅크·카카오뱅크 각각 약 25%)에 이르는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업계 전반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여은정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터넷뱅크 5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중금리 대출 비중이 자본력과 업력에 비해 이미 상당한 수준”이라면서 “앞으로 경기가 침체될 경우 인터넷전문은행 전반에 걸쳐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경기 상황에 맞춰 좀 더 탄력적인 정책 운영이나 개선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 특례 도입의 주된 목적은 △금융혁신 △은행업의 건전한 경쟁 촉진 △금융소비자 편익 증진이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설립 후 4년 동안 금융 디지털혁신을 이끌었다는 공을 인정받았지만 금융소비자 편익 증진의 핵심인 '중금리 대출' 확대에서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실제 초기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신용대출 공급을 고신용자에게 집중함에 따라 2020년 말 기준 시중은행 대비 중·저신용대출 잔액 비중이 오히려 더 낮았다.
이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인터넷전문은행 3사는 2023년 말까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30~44%까지 끌어올리는 내용의 계획을 제출했다. 문제는 이 계획 제출 시점이 2021년이기 때문에 엔데믹 이후 미국 기준금리 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경기침체,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 예상치 못한 거시경제 변수가 목표치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대출 연체 잔액은 빠르게 증가했다. 3사 연체 잔액은 1분기 말 1062억원, 2분기 말 2392억원, 3분기 말 1860억원, 4분기 말 2916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중저신용대출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지난해 말 신규 고신용자 대상 대출을 중단하기도 했다. 저신용대출을 늘리자니 부실률이 높아지고, 고신용자대출을 확대하면 인터넷전문은행의 도입 취지에 어긋나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이후 양적 측면에서는 중금리대출 시장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축은행들은 2019년 이후 중금리 대출 비중을 유의미하게 늘렸다. 이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본격적인 영업 개시 시점과 겹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저축은행의 신용 스프레드(신용점수 900점대 대출금리 700점대 대출금리)는 2017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해 2019년에는 2%포인트(P)대로 안정화된 모습을 보였다.
여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중신용대출 비율 목표를 위해 고신용대출을 제한하는 등 포트폴리오 집중, 예대 차에 따른 유가증권 운용 집중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중저신용대출 공급자에서 청년·서민금융 역할 등으로 프레임 확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