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로 전환하려면 '데스밸리'를 무사히 건너야 합니다.”
구축형 소프트웨어(SW) 중심 사업 구조를 SaaS로 전환하려고 준비하는 한 SW 기업 대표의 고민이다.
데스밸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분지형 사막 계곡이다. 골드러시 때 금광을 찾던 사람들이 뜨겁고 건조한 날씨 때문에 죽음을 맞으며 '죽음의 골짜기'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최근 들어서는 스타트업이 사업화 단계에서 직면하는 자금 위기 기간을 일컫는다.
스타트업 사이에서 쓰이던 이 용어가 SW 업계에서 이따금 등장한다. SaaS 전환이 화두가 되면서다. 클라우드 산업 확산에 따라 상용SW 역시 궁극적으로 SasS로 진화할 수밖에 없다는 데 대부분의 SW 기업이 공감한다.
정부도 'SaaS 퍼스트'를 내세우며 기업의 SaaS 전환을 돕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W 시장을 SaaS 중심으로 전면 개편하고 2027년까지 SaaS 기업을 2000개 이상 육성하기로 목표를 세웠다. SW 기업 의지가 있으면 정부 지원 제도 등 SaaS 전환을 돕는 장치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문제는 데스밸리다. SaaS 전환 초기에는 수익보다 투자가 많아 현금 흐름이 하향 곡선을 그린다. 그러다 수익이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상승 곡선이 나오는 형태다. 구축형 사업 구조를 구독형 중심으로 바꾸는 기간이 데스밸리라는 업계의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SaaS는 일단 판매되면 월 단위 또는 연 단위 구독 방식을 통해 수익이 발생한다. 안정적 수익 구조를 확보할 수 있고, 매출 예측도 가능하다. 판매가 늘수록 매달 수익도 늘어난다. 그러나 데스밸리 구간이 통산 3년은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SW 기업이 데스밸리를 무사히 건널 수 있도록 돕는 가장 효과적인 지원은 역시 SaaS 구매다. SaaS는 초기 판로 개척이 쉽지 않다. 공공 시장이 SaaS를 선제 구매해주는 '테스트베드'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공공 부문의 SaaS 우선 도입 제도 등이 거론된다. SaaS 비용 지급 방식인 종량제가 공공 부문과 맞지 않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성장 펀드도 답이다. 정부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업계도 펀드 조성에 힘을 보태야 한다. SaaS는 클라우드서비스제공사(CSP)의 서비스형인프라(IaaS)와 마켓플레이스가 필수다. 바꿔 말하면 CSP도 양질의 SaaS를 확보해야 하는 셈이다.
SaaS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세계 SaaS 시장 규모가 올해 1952억달러(약 25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SaaS는 구축형 SW보다 부가가치가 높고 세계 시장 진출에 유리하다. 우리 SW 기업에도 기회가 있다는 얘기다. 다만 데스밸리를 건너야 글로벌 SW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정부와 업계의 지원을 통해 SaaS 전환 기업이 이 관문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길 바란다.
권혜미기자 hyemi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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