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학기술원(GIST) 한 교수가 보직을 엄격히 제한하는 정부 지정 '리더연구자지원사업(리더연구)' 연구책임자를 맡고 있으면서도 연구원장과 처장 등 3개 보직을 최대 1년 이상 수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가 연구개발(R&D) 과제를 수행하면서 성실 의무를 어겼다는 지적과 함께 GIST의 안일한 학교 운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8일 GIST에 따르면 A교수는 지난해 3월 3일자로 처장급 이상의 직위인 연구원장과 대외협력처장 겸직에 임명된 뒤 지금까지 1년 넘게 보직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처장급은 아니지만 왕성한 대외 활동을 필요로 하는 아카데미원장으로 10개월가량 겸직하다 지난 1월 그만둔 뒤 2월부터 한국문화기술연구소장까지 맡고 있다.
A교수는 2015년 12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67억7500만원 규모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정 리더연구사업 '면역시냅스 신호제어연구단' 연구책임자로, 이 사업을 관리·감독하는 한국연구재단이 명시한 '연구책임자는 원칙적으로 소속기관의 보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보직 제한 규정을 명백히 위반했다.
연구재단은 리더연구 책임자는 연구 최소 참여율이 70% 이상이어야 하며 연구수행 전념 규정을 매우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부득이한 경우에도 기관 내 연구소장, 학과장 등은 가능하지만 총장과 원장, 처장, 사업단장은 불허하고 있다. 이러한 관련 지침을 연구책임자 및 관련 기관에 배포했는데도 A교수는 연구재단 사전 승인 없이 연구원장과 대외협력처장뿐만 아니라 추가로 연구소장까지 3개 보직을 맡고 있다. A교수는 수당을 받고 업무추진비도 사용하고 있다.
연구재단 관계자는 “A교수의 보직 수행에 대한 사전 승인 이력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보직 수행 사전 승인 미요청 경위와 보직기간 중 연구수행 성실성 등을 확인·검토하기 위해 현장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연구개발혁신법 및 협약 등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특별평가를 통한 과제 중단 등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며 “GIST 및 연구책임자 등에게 연구과제관리 소홀에 대한 경고 및 재발 방지를 촉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A교수는 “연구재단의 보직 제한 규정을 의무 사항이 아닌 권고 사항으로 알고 있어 연구재단에 사전 승인을 받지 않았다”며 “학교가 대외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보직을 맡았으며 언제든지 보직을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A교수는 처장에 임명된 초기 직원들에게 사석에서 “(나는) 보직을 맡을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사전에 보직 제한 규정을 알고 있었음에도 보직을 맡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A교수를 연구원장과 처장으로 임명한 김기선 전 총장을 비롯해 관련 부서에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김 전 총장은 과기정통부의 '2022년도 하반기 국가연구개발 성과평가'에서 최하위 점수로 10개 대상 기관 가운데 유일하게 '미흡' 평가를 받았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