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에도 건전재정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예산 편성 과정에서 현금성 지원 사업과 불투명하게 관리되는 보조금을 구조조정한다. 대신 약자 복지, 청년 일자리, 국방 등 국가 기본 기능은 강화한다.
정부는 28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2024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을 의결·확정했다.
예산안 편성지침은 각 부처가 내년도 예산요구안을 작성할 때 준수해야 하는 가이드라인으로, 편성지침 공개는 내년 예산 편성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정부는 재정총량을 엄격하게 관리해 건전 재정 기조를 이어간다는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이는 앞서 경제 도약과 민생 안정을 위해 재정이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예산지침과는 차이를 보인다.
정부는 특히 무분별한 현금성 지원사업과 부당·불투명하게 지급된 보조금, 복지사업의 도덕적 해이 등 재정 누수 요인을 철저하게 차단할 계획이다. 현금성 지원사업으로는 지역사랑상품권, 불투명한 보조금으로는 노조 보조금 등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사회보장급여를 과다하게 반복 수급하는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복지 전달체계를 고도화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최상대 기재부 2차관은 “합리성이 결여되고 정치 일정과 연계된 무분별한 현금성 지원 요구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취지”라며 “보조금은 부정수급이나 회계투명성이 결여된 부분에 대해 정상적 운영이 필요하다고 보고 내년 예산 편성 과정에서 반영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량지출은 집행이 부진하거나 관행적인 보조·출연·출자금을 중심으로 10% 이상 감축한다. 정부는 2023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전년도 예산에서 24조원의 역대 최대 규모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내년 예산 편성에서도 재량지출 감축 기조를 이어가는 것이다.
공공부문 경직성 경비도 억제한다. 공공부문에서 직접 사용하는 업무추진비, 여비, 일반 기관운영비 등을 구조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도 예산은 약자 복지와 양질의 청년 일자리 창출, 국가 기본기능 수행 강화에 중점을 둔다. 공공 안전 분야는 마약범죄 예방과 대응을 위한 수사 장비 확충하고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민간 경제활력을 높일 수 있도록 예산을 투입한다. 무역금융 등 중소기업의 수출기업화 지원 등이 이에 해당한다.
약자 복지는 고립 은둔 청년 등 복지 사각지대를 지원하고 부모급여를 월 100만원으로 올린다. 사회서비스는 민간 참여를 활성화해 품질을 높인다.
내년도 기금도 예산과 마찬가지로 재정 재구조화를 추진한다. 의무지출의 효율성을 높이고 공적연금은 재정추계를 내실화해 수익률을 높일 계획이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
-
최다현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