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롬프트란 컴퓨터가 인간의 명령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을 때 보여 주는 신호를 말한다. 옛날 도스(DOS) 운용체계에서 커서가 깜박거리며 사용자의 명령을 기다리던 상태, '도스 프롬프트'를 많은 기성세대는 기억할 것이다. 그렇다면 프롬프트 엔지니어란 누구일까. 바로 명령어를 기다리는 인공지능(AI)에 적절한 질문을 연속 던져서 AI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자를 말한다. 여기서 적절한 질문이란 인간에게 쓰임새가 가장 큰 방향으로 AI가 답변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질문이다.
좋은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되려면 아무래도 프로그래밍 전반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좋을 것이다. 다양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접해서 컴퓨터라는 기계를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 하려면 논리적으로 어떤 순서에 어떤 질문을 던지거나 입력·출력을 시켜야 하는지 익숙한 사람이라면 좋겠다. 그런데·기계를 잘 활용하는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
특정 분야의 질문을 잘 던지려면 그 분야의 지식에 능통해야 한다. 법률에 대한 질문, 철학에 대한 질문을 던질 때 법률용어나 철학의 계보를 알지 못한다면 오히려 AI에 기초부터 가르쳐 달라고 해야 한다. 그런데 AI가 가르쳐 주는 기초지식이 완전하지 못하다면? 잘못된 스승에게 배우게 되는 셈이니 이때 나타나는 AI와 인간의 협업은 자칫 잘못된 지식의 향연이 되기 쉽고, 그런 상태에서 중대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면 재앙이 닥칠 것이다.
그래서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되는 길은 쉽지 않다. 기계에 대한 이해와 다양한 분야의 영역지식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영역 지식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겠지만 최소한 다양한 분야의 직접 경험(체험)과 간접 경험(독서, 영상 시청)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런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주로 하는 일은 AI와 대화다. 인간의 지시에 따라 그림을 그리는 AI에 무엇을 어떻게 그려 나가야 할지 계속 대화를 통해 피드백을 주는 사람이다. 그렇게 해서 미숙한 첫 스케치에서 최종 완성본까지 쭉 끌어낼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최종본을 보고 '잘 그렸다'라는 공감까지 끌어낼 수 있어야 좋은 프롬프트 엔지니어라 할 수 있다.
스포츠 기사작성을 AI에 요구한다면 어떨까? 좋은 기사란 어떤 것이라는 것을 체험과 지식을 통해 알고 있는 사람이 필요할 것이고, AI에게 받은 초벌 기사에 대해 이런 저런 보완을 지시하면서, 양질의 기사로 완성시켜나갈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할 것이다. 여기서 이런 저런 보완을 지시하는 것은 기존 저널리스트의 역량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AI와 컴퓨터의 메커니즘을 알아야 한다.
결국 좋은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갖춰야 할 역량은 융합이다. 인문 소양이 풍부한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전공자 또는 기술을 아는 인문사회 전공자가 이런 융합 인재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수십 억 개의 매개변수를 다루는 초거대 AI가 등장한 이 시대에 AI가 우리에게 던지는 답은 수시로 우리를 놀래킨다. 그러나 AI가 자신이 학습하지 않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우리를 속이는 경우도 적잖이 발생하고 있다. 그걸 AI의 '환각'이라고 부른다. 학습한 적 없는 수치 데이터를 제시해서 이용자로 하여금 믿게 만든다든지 사실이 아닌 내용을 사실과 섞어 혼동케 하는 경우가 바로 환각을 일으키는 경우다. 환각에 속지 않기 위해 우리는 더더욱 AI를 깊이 이해해야 하고, 전문 지식과 인문 교양도 늘려 나가야 한다. 새로 등장한 프롬프트 엔지니어라는 직업이 잠시 유행에 그치고 말지 주목하게 된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alohakim@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