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한국전력공사의 누적 전력채(회사채) 발행액이 75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 연말 회사채 발행액이 1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한전은 원료비를 따라가지 못하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구조를 회사채로 감당하고 있다. 에너지 전문가는 여름철이 오기 전인 2분기에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8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한전이 누적으로 발행한 회사채는 74조5798억원이다. 이는 한전이 장기적으로 상환해야 할 채권 금액으로, 한전은 올해에만 장기채 7조6100억원을 발행했다. 이 같은 추세면 한전은 올해 회사채를 약 30조원 추가 발행해야 한다. 연말에는 한전의 누적 회사채가 10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와 국회는 지난해 법 개정으로 한전의 회사채 발행한도를 '자본금·적립금'의 최대 6배까지 확대한 바 있다. 하지만 현행 상태면 이마저도 내년이면 초과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전은 자본금·적립금의 최대 6배를 적용하면 약 120조원까지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까지는 한도 내에서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지만 현행 상태 지속 시 내년에는 이마저 어렵다.
최근 금리가 상승하면서 한전이 회사채를 발행할 때 이자 부담이 확대되는 것도 부담이다. 한전은 회사채 종류별로 각각 장기채 68조700억원, 해외채권 4조8698억원, 단기채 1조6400억원을 발행했다. 당장 갚아야 할 단기채는 적지만 비중이 높은 장기채가 계속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1월 한전 장기채 금리는 2.71%에 불과했지만 지난 24일 기준으로는 4.25%까지 상승했다. 이자 부담이 한전 재무구조를 추가 악화할 상황에 놓인 셈이다.
전력을 팔면 팔수록 손실이 커지는 '역마진' 구조가 한전의 손실 폭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급격하게 상승한 원료비만큼 전기요금은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전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한전의 전력구입금액은 약 88조8633억원, 전력판매수입은 약 66조301억원이다. 지난해 전력판매 부문에서만 지난해 총 22조8332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부대비용 등을 감안하면 더 많은 비용을 한전이 감당해야 한다.
한전은 지난해 회사채로 손실을 충당했다. 한전은 지난해 영업손실 32조6034억원을 기록했고, 회사채는 31조8000억원을 발행했다. 영업손실 대부분을 회사채로 메꿨다.
정부는 지난해 한전의 전기요금 조정을 허용했지만 이마저도 주요국에 비해 부족하다. 한전은 지난해 전기요금 조정으로 ㎾h당 19.3원을 인상했다. 올해 1분기 요금조정까지 포함하면 ㎾h당 32.4원을 인상하는 효과를 거뒀다.
하지만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주요국은 전기요금을 더 가파르게 올렸다. 한전 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영국은 2021년 4월에서 지난 1월까지 주택용 전기요금을 253%까지 인상했다. 독일 또한 지난해 주택용 전기요금 82.6% 산업용은 324%를 인상했다. 비교적 전기요금 상승폭이 적었던 호주(지난해 7월 뉴사우스 웨일즈 주 기준 최대 18.3%), 대만(지난해 7월 고압 기준 15%) 정도만이 우리나라보다 전기요금 인상폭이 소폭 적었다.
에너지 전문가는 한전 재무구조가 급격하게 악화하기 전인 올해 2분기 전기요금을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창의융합대학장)는 “2분기는 연중 전력수요가 낮아 전기요금이 조금 올라도 큰 영향은 없지만 3분기는 7월부터 전력수요가 오르기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2분기에 요금을 소폭이라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표>한국전력공사 회사채 발행 누적액(2023년 3월24일 기준)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