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에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톨스토이 작품 관점에서 설명해 줘'라고 했다. 챗GPT는 다섯 편의 작품과 줄거리를 명료하게 소개하고 “다른 배경과 상황에서 살아가는 다섯 명의 인물을 통해 인간 삶의 가치와 도덕적 문제, 사회적 이슈를 생각하는 것은 독자(인간)의 몫”이라고 답했다.
질문은 답보다 고귀하다. 질문은 답을 낳고 그 답은 또 다른 질문으로 이어진다. 답은 질문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수동적이다. 그러나 질문은 능동적이어야만 가능해 우리 생각을 자극한다. 능동적 질문 속에서 처음에는 엉성하던 생각도 조직적으로 탄탄한 구조를 이뤄 가게 된다. 이 같은 과정과 구조는 철학과 과학, 문학과 예술에서 발휘돼 왔다.
꼬리를 무는 질문과 이에 답하는 능력이 인간을 문명으로 이끌었다.
그리스 철학을 보자. 혼자 질문하고 답하는 사색에서 둘이 하는 대화로, 이어 여럿이 함께하는 토론으로 진화했다. 지금 인간이 질문하고 기계가 대답하는 시대까지 왔다. 변하지 않은 중요한 사실은 (현재까지)질문자는 항상 사람이라는 것이다.
개인의 선택과 자질(인격을 겸한)에 따라, 얼마나 많이 공부하고 고민해서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대답은 달라진다. 인공지능(AI) 진화에 대한 우려보다는 인간의 인간다움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더 좋은 질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GPT4 시대에는 주입식 교육이 아닌 토론식 교육이 중요하다. 인류가 축적한 지식을 하나의 거대한 확률적 지도로 재편성되고 있는 생성형AI인 챗GPT가 훌륭한 답을 내놓기 위해서는 먼저 인간의 '고민하는 힘'이 절실하다.
빌 게이츠는 “초거대 언어모델 생성형 AI가 세상을 바꿀 가장 중요한 혁신”이라 했다.
인간이 하는 일을 기계로 대체하며 우리가 간과한 점이 있다. 기계를 제대로 부리기 위해서는 인간이 더 똑똑해져야 하고, 더 많은 것을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다. 우려와 달리 실제로 다양한 분야에서 일자리는 더 늘어났고, 인류는 아주 과하게 풍족해졌다.
수많은 고부가가치 산업이 발굴·개발·개척됐다. 그러다 갑자기 코로나19라는 대변혁의 위기(계기)가 왔고, 메타버스를 비롯해 비대면 초연결 기술이 주목을 받은 데 이어 최근 거대언어모델(LLM)을 적용한 생성형AI가 등장했다.
챗GPT 같은 생성형AI는 기존의 여러 신기술과 달리 가속적 진화가 특징이다. 빠르게 정교화되고 다양한 산업에 급속 확산하면서 진정한 차세대 산업의 주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MS는 올초 생성형AI에 100억달러(약 12조4800억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다수 빅테크 기업이 초거대AI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검색, 분류, 인지 중심에서 직접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생성형AI 등장으로 AI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은 완전히 달라졌다. 2016년 알파고 쇼크 이후 7년 만에 무서운 속도로 진화해 대중화되고 상품화됐다.
여기서 우리가 우려해야 할 것은 초거대AI의 진화가 아니라 그 서비스가 유발할 수 있는 계층간, 사회 간, 국가 간 갈등과 초거대AI의 무기화다.
전문가들은 미래에 신체나 두뇌 일부분이 기계화되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의 인류 진화가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생물학적 진화를 넘어 영화 속 기계와 결합해서 달라지는 진화다. 기계가 인간을, 인간이 기계를 각각 모방해 가면서 어느 시점에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인류는 물론 기계도 재정의해야 할지 모른다. 자율성을 띤 AI가 인간의 한계를 넘는 특이점에서 우리를 유토피아로 안내하는 선할 신이 될지 인간 존재 자체를 무너뜨릴 악한 신이 될지 장담할 수 없다.
이제는 챗GPT 같은 혁신적 AI를 활용하는 사람과 하지 못하는 사람의 격차가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지배·피지배 관계로까지 지위가 갈리는 아주 큰 차이다. 그 차이는 고민하는 질문의 힘에서 나온다. 생성형AI GPT4 시대에는 질문이 답보다 귀하다.
이영규 아이티공간 대표(울산정보산업협회장) lyk@itsroom.com
-
임동식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