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을 말한다] 알뜰폰, 제 4이통급 사업자 성장 가속화... 제도 개선 속도

통신시장 과점 해소 핵심 주목
자체 요금제·인수합병 활성화
정부, 대기업 자회사 규제 고민
건강한 생태계 정착이 최우선

[알뜰폰을 말한다] 알뜰폰, 제 4이통급 사업자 성장 가속화... 제도 개선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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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이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을 시도하며 변신을 꾀한다. 옛 미래창조과학부가 2012년 가상이동통신망(MVNO) 사업자를 '알뜰폰'으로 명명하고 활성화 정책을 가동한 지 11년이 훌쩍 지났다. 알뜰폰 시장은 1300만 가입회선을 돌파하는 등 양적 성장에 성공했다.

위상도 달라졌다. 알뜰폰 시장 초기 저가 휴대폰 이용자 또는 단기 체류 외국인이 선호하는 상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롱텀에벌루션(LTE)에 이어 5세대(5G) 이동통신 요금제가 출시되며 이통사와 유사한 서비스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이용 가능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최근에는 MZ세대까지 즐겨찾는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알뜰폰 시장은 이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이제 질적 성장을 노린다. 향후 데이터 대량 구매 상품을 기반으로 한 자체 요금설계, 비대면 가입절차 강화 등 다양한 혁신 서비스 탄생도 기대된다.

◇제4 이통급 경쟁력 강화 노리는 정부... 제도 개선 가속화

통신분야 독과점 해소가 정부 핵심과제로 부상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알뜰폰을 통신 시장 경쟁 활성화와 가계통신비 인하 중요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시장구조 전반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 알뜰폰을 제4 이동통신사 급으로 키워내겠다는 구상이다.

과기정통부는 알뜰폰 업계 의견을 청취해 사업이 용이한 환경을 구축한다. 현재 전기통신사업법상 알뜰폰이 종량제(리테일 마이너스) 방식으로 음성·데이터를 이통사로부터 공급받도록 한 수익배분 방식을 다양화할 방안을 연구한다. 서비스 특성, 시장상황 등을 고려해 코스트 플러스 등 다양한 방식을 적용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알뜰폰이 자체 요금제를 설계하도록 실질적 데이터 대량 구매 상품 활성화도 고려한다. 이통사는 데이터 대량 구매할인 도매상품을 제공하지만 데이터 추가할인 용도로만 주로 활용돼 왔다. 데이터를 구매할 경우 알뜰폰이 자체 상품 설계를 보다 용이하게 할 수 있다.

시장구조 개혁 차원에서는 인수합병(M&A) 활성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알뜰폰 기업 스스로가 M&A를 통해 몸집을 불려 이통사와도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

한국알뜰폰사업자협회(KMVNO) 등은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과거 알뜰폰 제도를 도입하면서 도매제공 의무화에 따른 시장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3년 후 의무 일몰'을 규정한 바 있다. 이동통신 3사 중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의무사업자로 법정 의무를 기반으로 알뜰폰 망을 제공해왔다. 하지만 관련 조항이 지난해 또다시 일몰되면서 SK텔레콤의 망 도매 제공 의무가 사라졌다.

이에 연장을 반복하는 것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알뜰폰 업계는 안정적 망 수급을 위해 KT·LG유플러스까지 포함한 이통사 모두에 도매제공 의무를 부여하고 도매제공의무사업자제도 일몰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SK텔레콤은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도매제공 의무가 과도한 규제라는 입장이다. 많은 사업자가 이미 SK텔레콤 망을 통해 알뜰폰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제도로 규정하지 않아도 망을 계속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당분간 정부와 국회에서 관련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알뜰폰 업계는 전파사용료 현실화 문제도 제기한다. 과기정통부는 중소 알뜰폰 전파사용료 전액 감면 기간을 올해까지 연장한 상황이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가 이동통신 자회사, 금융 대기업 등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대기업 계열사 알뜰폰 사업자는 올해부터 100%가 부과된다. 대기업 계열사는 지난해 50%를 지불했다. 하지만 납부 유예가 올해로 종료되면 내년부터는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도 전파사용료를 납부해야 한다.

알뜰폰 전파사용료는 이통회선과 같은 분기별 2000원으로, 공용화율·환경친화계수·로밍계수·이용효율계수 등 일부 감면요소가 적용될 경우 약 1260원이다. 이에 장기적으로는 중소기업과 이통 자회사, 대기업 계열사 등을 포함해 알뜰폰 시장 전반에서 전파사용료 별도 단가를 설정해 차등화하는 등 종합적인 정책 검토 필요성이 제기된다.

알뜰폰 이용자 후생 강화라는 정책적 목적에 따라 전파사용료 조정을 탄력적으로 검토해볼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사물인터넷(M2M) 회선의 경우, 모바일 결제 등 관련 산업 발전이라는 정책적 목표 달성을 위해 전파사용료를 2000원에서 30원으로 대폭 할인한 사례도 있다.

전자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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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자회사 점유율 제한…합의점 못 찾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동통신 3사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 집중과 관련한 제도 개선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이해관계자 간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이통 자회사가 알뜰폰 시장에 진출한 것은 답보 상태인 알뜰폰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였다. 2011년 말까지 알뜰폰 가입자 수는 약 57만 명으로 전체 이동통신 시장의 1.1%에 불과했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업자도 없어 경쟁 활성화 정책에 대한 압박이 상당했다.

정부는 알뜰폰 시장 활성화를 위해 SK텔링크 진입을 조건부로 허용했다. 이후 독점 방지 차원에서 KT와 LG유플러스 자회사가 알뜰폰 시장에 진입했다. 실제 2014년 이통 3사 자회사 전체의 알뜰폰 시장 진입 이후 가계통신비는 지속 감소해 왔다.

이에 알뜰폰 시장에서 적극적인 가입자 유치 경쟁을 주도하는 이통 자회사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알뜰폰 서비스의 질적 하락 및 시장 활성화 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통 자회사들은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알뜰폰 이미지를 제고하고 가입자를 유치하고 있다. 각 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중소 알뜰폰 사업자에도 자회사와 유사한 수준의 마케팅 지원도 하고 있다.

이통 자회사가 알뜰폰 시장을 탐색하는 고객에 관문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의견도 있다. 번호이동 현황에 따르면 독립계열 알뜰폰을 이용했던 고객이 이통 자회사로 이동하는 숫자보다, 이통 자회사 이용 고객이 독립계열 알뜰폰으로 이동하는 숫자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반면에 이통 자회사의 자본 및 마케팅에 대응해 중소 알뜰폰사가 경쟁하는 것이 힘들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실제 수익성이 높은 후불 요금제는 자회사로의 쏠림 현상이 크다. 후불 요금제는 가격대가 높고 지속성이 높으며, 선불 요금제는 단발성 비정기적 충전으로 수익성이 낮다. 이통자회사와 중소사업자간 매출 실적도 격차가 크다.

이에 알뜰폰 시장이 성장한 만큼, 건강한 생태계 구성을 위해 이통 자회사·대기업 위주 성장에서 중소·개별 사업자 주도 성장으로 차츰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